螂丸集

消息

bindol 2020. 12. 27. 07:51

消息

君子以自强不息
군자는 스스로 강하게 단련하며 그치지 않는다는 자강불식.


여기서 '식'은 호흡과도 관련이 있다.
이 ‘소식’이라는 말 자주 쓰지만 원래는 우리의 호흡과 관련이 깊다.

 

우선 둘째 글자 식(息)이 특히 그렇다.

내쉬는 숨, 날숨은 호(呼)다.
들이마시는 숨, 들숨은 흡(吸)이다.
내쉬면서 들이마시는 게 호흡(呼吸)이다.


이 한 차례의 호흡을 식(息)이라고 부른다.
호흡이라는 동작을 통해 들고 나는 기운을 말할 때는
기식(氣息)이라는 단어를 쓴다.

 

내게 닥쳐오는 바람을 막는 장치는 병풍(屛風)이다.
그 ‘막다’라는 뜻의 屛이라는 글자와
息이라는 글자를 붙이면 ‘병식(屛息)’인데,
숨을 참고 쉬지 않는 행위다.


불가항력적으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는 질식(窒息)이다.

息은 우리에게 ‘헐떡거리다’는 뜻으로 알려진
천(喘)과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뜻이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息은 천천히 내뱉고 삼키는 호흡인데 비해,
喘은 급히 숨을 쉬는 행위다.

 

중국 고대 자전(字典) <설문해자(說文解字)>는
喘이라는 글자를 ‘빨리 숨쉬는 것(疾息)’이라고 풀었다.


따라서 ‘천식(喘息)’이라고 적으면,
원래는 숨을 쉬는 행위 일반을 뜻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이 단어는
호흡이 곤란한 병의 명칭으로 자리 잡았다.

 

실망감이 넘쳐서 숨을 크게 내뱉는 행위는 탄식(嘆息)이다.
息이라는 글자 앞에 ‘길다’ ‘크다’는 뜻의 한자를 덧붙이면 탄식,
또는 장탄식의 의미를 지닌 단어가 된다.


태식(太息), 장식(長息), 장태식(長太息) 등이 그 경우다.

호흡은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의 조건.
우선 숨이 통해야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식이라는 글자는 높이 치솟은 것이
가라앉아 평온함을 되찾는다는 뜻으로 진화한다.
쉬어서 안정을 찾는 것은 따라서 휴식(休息)이다.

 

<역경(易經)>에 나오는
군자는 스스로 힘쓰면서 멈추지 않는다(自强不息)
는 말이 그의 좋은 용례다.

이런 이유로 인해 息은 생장(生長),
생겨나고 자라남’의 의미를 담는다.


후대(後代)를 잇는다는 뜻에서 아들과 딸을 자식(子息)으로
적는 게 대표적인 경우다.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利子)를 이식(利息)이라거나,
그런 돈을 식전(息錢)으로 부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에 비해 소(消)라는 글자는 소멸(消滅)을 뜻한다.
둘을 합치면 소식(消息)이다.


원래의 뜻은 ‘사라짐과 생겨남’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사람 또는 사물이 스러지거나 자라나는
상황에 대한 정보의 뜻으로 발전한다.
무소식(無消息)이 희소식(喜消息)이라는 그 뜻이다.

 

요즘 우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소치에서 눈물겨운 투혼의 어린 선수들 승전보 소식에는 웃지만,
경주의 어처구니없는 참사와 그 희생자 소식에 울고 싶은 심정이다.
기쁨과 슬픔이 늘 갈마드는 게 인생살이의 깊은 속사정이라고 하지만,
부실한 사회의 그늘에 속절없이 사라져간 젊음들이 너무 안타깝다.

 

[한자 풀이]

息(숨 쉴 식): 숨 쉬다, 호흡하다, 생존하다.
消(사라질 소): 사라지다, 없어지다, 삭이다, 없애다, 소멸시키다.
窒(막힐 질): 막다, 막히다. 멈추다, 그치다. 차다. 메이다, 통하지 않다.
喘(숨찰 천): 숨차다. 헐떡이다. 기침병. 숨. 호흡

 

 

 

'螂丸集'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파간다 [propaganda]  (0) 2021.01.07
알고리즘(algorithm)  (0) 2021.01.01
不恒其德 或承之羞  (0) 2020.12.19
啓發과 開發  (0) 2020.12.17
美味腐腹  (0) 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