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020년 세밑은 2019년의 마지막 날들과 비교하면 희망의 기운이 퍼져가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거짓말로 권력 실세들의 범죄를 무죄로 만들려던 집권당의 시도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게 사슴을 말이라 부르는 지록위마(指鹿爲馬) 바이러스다. 이 병에 걸리면 범죄 은폐를 검찰개혁이라고 부른다. 지록위마의 위세가 12월 들어 법원의 잇따른 판결에 의해 확 꺾였다. 국민적 희망은 여기서 생겼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 복귀시킨 서울행정법원의 조미연·홍순욱 부장판사, 조국씨의 부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의 임정엽 부장판사에게 경의를 표한다. 판사들은 사슴을 사슴이라 하고, 말을 말이라고 했을 뿐인데 워낙 세상이 착란 상태이다 보니 당연한 호명조차 신기하게 다가왔다. 사슴을 말이라 불러야 했던 세상 코로나는 백신을 빨리 수입해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록위마의 세상은 방역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벌거숭이 임금님한테 멋진 옷을 입었다고 칭송한다. 사회적 특수계급에 속하는 자들은 무슨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 보편적 상식이 지배하는 법치가 사라진다. 인치가 판치는 도둑님들의 소굴이다. 큰 도둑 잘 잡는 검찰은 개혁이란 이름으로 제거 대상이 된다. 권력에 꼬리치는 검사들만 살아남는다. 지록위마의 나라에서 자유로운 선거로 정권 교체가 일어나는 민주주의는 언감생심, 불가능에 가깝다. 2019년 말 범여 집권세력이 선거법·공수처법을 담합 통과시킬 때만 해도 조국과 그의 아내를 무죄로 만드는 슬픈 검찰개혁 즉, 지록위마의 세계가 곧 완성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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