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미국 워싱턴 의사당이 폭도에 점거되던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의회로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시위대와 함께 걸었다. 손가락으로 ‘백인우월주의’ 표현 휘날리는 깃발에는 주로 ‘트럼프 2020’ ‘미국을 더 위대하게(MAGA)’ 같은 대선 응원 문구가 적혔지만, 의사당 주변으로 갈수록 극우·극단주의에 대한 상징들이 눈에 띄었다. 변형된 성조기와 특정한 문양, 옷차림 등. 이런 표식을 살펴보면 초유의 의사당 난입에 이어, 오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폭력 시위를 예고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6일 미국 위싱턴 의사당으로 난입하려던 시위대 중 한 명이 성조기의 50개 별 대신 ‘Ⅲ’이라고 적힌 ‘쓰리 퍼센터’ 깃발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쓰리 퍼센터’ 혹은 ‘스리퍼’라고 불리는 이들은 성조기를 변형한 상징을 들고 다닌다.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시민권을 지키는 반정부 무장단체를 표방했지만,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친정부’로 돌아섰다. 대신 공격 대상을 좌파·무슬림·이민자로 바꿨다. 미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맞선 미국 시민은 3%에 불과하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서 이름을 따왔다. ‘오스키퍼스(Oath Keepers, 맹세를 지키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성향의 무장단체다. 대선 당일에도 무력행사를 하겠다는 협박을 했는데, 이 모자를 쓴 인물들이 의사당 안에서 발견됐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의사당 앞으로 몰려간 극우 무장단체 프라우드 보이즈의 일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손으로 ‘백인의 힘’을 뜻하는 ‘OK’ 사인을 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해 유명해진 극우 무장단체다. 이날 시위에서 검은색 옷차림에 주황색 모자로 자신들을 구분 지었다. 사진촬영 때 손가락으로 ‘OK’ 모양을 만들었는데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제스처라고 ADL은 설명했다. 펼친 손가락 3개는 ‘백인(White)’의 ‘W’, 동그랗게 만 엄지·검지는 ‘힘(Power)’의 ‘P’를 뜻해, 결국 ‘백인의 힘’이 된다. 민의의 전당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이처럼 인종차별 메시지를 전했다. 남부연합기를 들고 미 의회에 난입한 한 남성이 찰스 섬너 의원의 초상화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남부 연합기를 든 한 남성이 19세기 정치인 찰스 섬너 상원의원의 초상화 앞을 지나는 사진이 공개됐다. 섬너 의원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다 극우 정치인에게 테러를 당해 평생을 후유증에 시달렸던 인물이다. 남부 연합기는 인종차별, ‘짐 크로우법’ 등을 상징한다. 백인 우월주의 집회에 단골로 등장하던 이 깃발이 이날 미 의회, 그것도 찰스 섬너 앞에서 휘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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