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헌 산업1팀 기자
차단이냐 확산이냐. 코로나19 바이러스 국내 전파가 갈림길에 섰다. 이달 13일 코로나19 확진자는 100명을 돌파했고 20일이 지나면서 하루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섰다. 대구 신천지 전파와 달리 전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자랑했던 K-방역은 뾰족한 연필심 끝에 서 있다.
바이러스와 방역은 창과 방패의 싸움에 비유된다. 하지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바이러스는 시작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간이 가진 방패는 초라할 정도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정도가 전부다. 광복절 전후로 바이러스 확산세가 빨라지면서 경제적 후폭풍도 만만찮다. 도심 유동 인구는 주말 사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회적 균형이 깨지는 과정에 대한 연구는 학자들의 오랜 관심거리다.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대표적이다. 모튼 그로진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1950년대 후반 도심의 인종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티핑포인트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로진스 교수는 “한 생활권에서 흑인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백인의 이주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며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티핑포인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동북부 지역에선 흑인 비율이 전체의 20%에 도달하면 백인이 마을을 떠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세(趨勢)가 대세(大勢)로 변해 흐름을 꺾을 수 없는 특정한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간 네트워크를 따라 퍼지는 바이러스 확산에도 일종의 티핑포인트가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기엔 8월 무렵부터 지역사회 감염을 통한 확진자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원석 고려대 교수 등은 『2009년 발생한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에 대한 정책적 대응 평가』에서 “학교 등에서 집단발병이 증가하면서 환자 발생이 절정에 이른 대유행 정점기에 이르러 정부는 국가 전염병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심각까지 격상시켰다”며 “절정기에 환자가 폭증하면서 의료기관이 과부하 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적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국내 확산엔 삼성서울병원 등 의료기관이 티핑포인트로 작동했다. 중국 우한에서 퍼져 지난 1월 국내로 건너온 코로나19가 티핑포인트를 지나친 것일까. 아니면 아직 지나치지 못한 것일까. 방역 당국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코로나 티핑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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