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헌 산업1팀 기자
“인텔(INTEL) 본사엔 외계인 전용 연구실이 따로 있을 거다.”
인텔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얘기할 때마다 회자하는 우스갯소리다. 외계인을 들먹이지 않고선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인텔은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고 공공연하게 외친 인텔은 30년 넘게 경쟁자가 없었다.
그랬던 인텔에 올해는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자사가 생산하는 노트북과 컴퓨터용 CPU를 ARM 기반 칩으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15년 넘은 단골이 갑자기 주문을 끊은 것이다. 들리지 않는 총성이 가득한 IT 산업계에서 든든한 후방 지원군을 잃는다는 건 부정적인 신호다. 여기에 더해 인텔은 AMD와의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AMD는 지난해부터 7nm(나노미터) CPU를 판매하고 있지만 인텔은 2022년 무렵에나 관련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AMD에 이어 인텔의 경쟁사가 된 ARM은 반도체 칩은 하나도 찍지 않는 독특한 반도체 기업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반도체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을 팔아 수익을 올린다. 건축에 비유하면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거푸집을 설계해 판매한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ARM의 거푸집 특허를 사들여 인테리어를 추가한 다음 최종 제품을 만든다.
1985년 설립된 ARM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현재는 일본 기업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16년 38조원에 투자해 ARM을 인수했다. ARM은 모바일 시대가 시작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는 사라진 PDA(개인정보단말기) 전용 저전력 반도체 개발에 주력한 전략이 먹혔다. 인텔의 칩보다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지만 성능은 비슷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사용하는 모바일 AP(Application Processor)는 ARM 특허를 기반으로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도 ARM이 기반이다.
위워크 투자 실패 등으로 지난해 16조원의 적자를 본 손정의 회장은 ARM 매각에 나섰다. 애플에도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균형을 잡기 위해선 계속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움직이지 않으면 외계인을 데려다 놔도 어쩔 수 없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INTEL과 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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