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話同文卿德考同賦
酒國眞堪世事除 주국진감세사제
仙筇頻到白雲廬 선공빈도백운려
山人病起三旬後 산인병기삼순후
園樹花飛四月初 원수화비사월초
微月蒼茫生石澗 미월창망생석간
殘棋錯落伴床書 잔기착락반상서
明時才器還無用 명시재기환무용
空掩柴門賦子虛 공엄시문부자허
밤의 대화
술의 나라 머물면 세상일이 물러가기에
지팡이가 흰 구름 속 집을 자주 찾아가지.
산 사람이 한 달 만에 병석에서 일어나보니
동산 나무는 사월 초라 꽃잎이 흩날리네.
작은 달은 아스라이 계곡에서 떠오르고
바둑돌은 평상 위에 책과 함께 흩어졌네.
태평성대라 재능 있어도 쓸데가 없나니
사립문을 닫아걸고 자허부나 지으려네.
子虛賦 / 司馬相如가 지은 賦
정조 때의 시인 기천(杞泉) 김석손(金 孫·생몰년 미상)의 시이다.
매화를 무척 좋아하여 명사들로부터 매화 시를 수집한 梅花狂으로 유명했다.
그가 친구를 찾아 밤에 술을 마시며 시를 지었다.
세상사를 잊고 싶어 산중에 사는 친구 집을 찾아갔다.
친구는 봄내 병석에 누워 꽃구경도 하지 못했다.
벌써 초여름이라 꽃잎 떨어진다.
달빛 받으며 바둑도 두고 책도 읽는다.
나라가 잘 굴러가니 설익은 재주 가진 우리 같은 이들은 갈 자리가 없다.
문을 닫고 그냥 시나 지을밖에는 아무 일이 없다.
친구와 술 마시며 세상을 향한 불평과 속내를 털어놓는 밤의 정경이 선연하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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