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분수대] 포옹과 포용[출처: 중앙일보]

bindol 2021. 2. 3. 15:33

김승현 정치팀 차장

 

1시간 조금 넘는 동영상은 지식과 논리의 향연이었다. 지난 9일 방송된 ‘유시민의 알릴레오’ 10회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나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진행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 등 권력기관 개편에 대한 문답이 이어졌다. 조 수석과 유 이사장의 대화는 오래된 연인의 포옹처럼 편안하면서도 이심전심의 주도면밀함이 돋보였다. 조 수석이 처음 외부 매체에 출연했다는 점을 두 사람 모두 의식했다.

▶유 이사장=“‘민정수석 지가 뭔데 나대냐’ 이런 말이 나올 것 같다. 권력기관 개편 하고 싶어서 민정수석 된 거 아닌가.”

▶조 수석=“권력기관의 조정과 개편은 민정수석실 고유의 업무이자 민정수석을 맡은 동기다. 설명할 시간을 충분히 줄 것 같아서 나왔다.”

견해 차이는 없었고 자연스레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등 개혁 방향의 당위성이 강조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됐다.

▶유=“노 전 대통령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세상을 많이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물을 가른 것 같다’고. 공수처 등 검찰개혁도 그중 하나일 것 같다.”

 

▶조=“문 대통령도 ‘칼로 물을 벤 것처럼 되면 안 된다’면서 시스템을 강조한다. 공수처에 대한 여론 지지율(80%대)도 대통령보다 항상 높았다. (웃음)”

삼단논법은 야당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멈춰선 데 대해 조 수석은 “지금 국회는 촛불 혁명 이전에 구성돼 있어서 시간적 차이가 있다. 촛불 혁명 이후의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괴리가 있다”고 했다. 토론 말미에 유 이사장은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야당 관련은 매우 조심스럽게 말하는 점을 인상 깊게 봤다”고 평가했다.

‘배려심’에도 불구하고 11일 야당에서는 거친 논평이 나왔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경 소위 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은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면 검경 소위에 의자 하나 놔 드릴 테니 국회에 출석해 말씀하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관종과 자기 정치에 취한 모습”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간 국회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공허해졌다. 홍 원내대표는 “어제까지 우리는 각자의 작은 원을 그렸다. 이제 더 큰 원을 그려야 한다. 나와 내 편이 아닌, 모두를 포용하는 통합의 원을 그려 나가자”고 했다. 포옹 수준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일이다.

김승현 정치팀 차장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포옹과 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