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제작포 어부집

bindol 2021. 2. 5. 08:46


諸作浦漁舍


漁子門前海作池 어자문전해작지
昏明水色每通籬 혼명수색매통리
撑舟喚客靑魚柵 탱주환객청어책
擊鼓迎神古木祠 격고영신고목사
春草雨中偏黯淡 춘초우중편암담
暮山天際忽參差 모산천제홀참치
不知隔岸誰先泊 부지격안수선박
側耳歌音似竹枝 측이가음사죽지


제작포 어부집

 

어부집 문앞에는 바다가 연못 되어
밤낮으로 물빛이 울타리로 밀려온다
청어 잡는 어살에서 배를 대놓고 손님 부르고
고목 아래 서낭당에는 북을 치며 신을 맞는다
봄풀은 빗속이라 유난히도 짙푸른데
저녁 산이 하늘가에 올망졸망 나타난다
건너편 해안에는 누가 벌써 배를 댔나?
귓가에는 노랫소리 어부가로 들려온다

 

숙종 때의 시인 유하(柳下) 홍세태(洪世泰·1653~1725)는
1705년 황해도 옹진에 있는 둔전(屯田)의 감독관으로 부임하였다.

농사를 감독하며 해안의 풍물과 어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봄날 제작포 또는 저작포라 불리는 포구에 들렀다가 한 어부의 집에 발길을 옮겼다.
대동만을 바라보고 있어 바다가 마치 제집 연못처럼 보이는 집이다.

어부는 오늘도 배를 타고 어살에 나가서 청어를 잡아 판다.
서낭당에서는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올리는지 북소리가 요란하다.
비가 내려 풀빛이 짙어가는 저물녘의 해안가,
저 멀리 옹진반도의 산들이 올망졸망 늘어선 모습이 눈에 선뜻 들어온다.
그때 불쑥 귓가에 어부가가 들려오니 벌써 배가 들어왔구나.
어둠이 곧 밀려오겠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비오는 남산 - 아코디언 연주 _ 旅人.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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