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居
柴扉尨亂吠 시비방난폐
窓外白雲迷 창외백운미
石逕人誰至 석경인수지
春林鳥自啼 춘림조자제
산거
삽살개가 사립문서 마구 짖는데
창밖에는 흰 구름이 자욱하구나
돌길인데 어느 누가 찾아오겠나?
봄 숲에선 새만 절로 울고 있구나
김해의 선비 죽암(竹庵) 허경윤(許景胤·1573~1646)이 지었다.
남명 조식 선생의 제자로서 고향에서 제자를 교육하며 평생을 마친 분이다.
깊은 산중에 살고 있는데 삽살개가 뜬금없이 사립문을 향해 컹컹 짖어댄다.
이 깊은 산골에 사람이 올 리 없는데 저놈이 왜 저렇게 짖을까?
창을 열고 내다보았다.
사람은커녕 흰 구름이 자욱하게 내려앉아 주위를 분간할 수 없다.
그러면 그렇지 험한 돌길 헤치고 나를 찾아올 사람은 없다.
개 짖는 소리에 친구가 찾아왔나 기대하고 밖을 내다본 내가 우습다.
그 순간 숲 속 어디선가 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삽살개가 혹시 저 새를 향해 짖었던 것일까?
겨우내 누군가를 마냥 기다리던 마음을 저 새가 흔들어 놓았다.
봄이 훌쩍 왔나 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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