二十六日 陰風寒 曉枕口占
寒吹行松起 한취행송기
疎屋隔戶來 소옥격호래
明燈拂曉坐 명등불효좌
落葉似人回 낙엽사인회
瘦骨龜同席 수골귀동석
昏眸鏡借開 혼모경차개
無眠隔屋嫗 무면격옥구
咳嗽響如雷 해수향여뢰
찬바람 부는 새벽
찬바람이 소나무를 스쳐 일어나
허름한 집 창문 넘어 들어오는데
등불 켜고 새벽같이 일어나 앉자
낙엽은 마실 간 이 돌아오는 듯
수척한 몸을 거북이 같이 움츠리고
침침한 눈으로 안경 끼고 바라본다
잠이 없는 이웃집 노파에게선
기침 소리 우레 치듯 들려오누나
경기도 안산에 살았던 선비 海巖 유경종(柳慶種·1714~1784)이 50세 되던 겨울에 지었다.
겨울철 새벽에 한기를 느끼고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나무 숲을 지나온 찬바람이 창문 틈으로 스며들어온다.
등불을 켜서 어둠을 몰아내자 문밖에서는 낙엽 구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실 나갔던 사람이 돌아오는 소리를 낸다.
으스스하여 거북이처럼 몸을 움츠린 채 돋보기를 끼고 책장을 펼쳤다.
그때 들려오는 우레 같은 기침 소리.
이웃집 노파는 갈수록 잠이 없어지나 보다.
기침 소리가 새벽 분위기를 더 스산하게 한다.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에 쓴 낙서 같은 작품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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