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平陵舘柱
一官都是爲身謀 일관도시위신모
束帶逢迎愧白頭 속대봉영괴백두
造化爐前煩祝禱 조화노전번축도
他生願作海中鷗 타생원작해중구
평릉역 역사의 기둥에 쓰다
관직 하나 완전히 내 몸 위해 마련했건만
관대 띠고 과객 맞자니 백발에 부끄럽구나.
조물주의 화로 앞에 귀찮게 축원하노니
다른 생에는 바닷가의 갈매기로 만들어주오.
이름을 알 수 없는 평릉역 역관(驛官)이 지은 시다.
평릉역은 강원도 삼척의 바닷가에 있던
오래된 역으로 현재는 동해시 중심부가 된 곳이다.
역의 기둥에 이 시가 쓰여 있었는데 역관이 소회를 적은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어렵사리 관직 자리 하나 꿰찼다.
그런데 하급 관료가 되고 나니 관대에 관모를 차려입고
역을 찾아오는 높고 낮은 벼슬아치를 공손하게 맞아야 한다.
비위에 맞고 안 맞고를 가릴 처지가 아니다.
자신을 위해 관직에 나갔는데 오히려 허연 머리를 한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자리를 통쾌하게 내던지고 자유인이 될 수도 없다.
바닷가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오히려 부럽다.
사람의 운명을 정하는 조물주의 용광로 앞에 나가서
조물주를 귀찮게 하더라도 축원의 말 한마디 올려야겠다.
다음 생에는 차라리 저 바닷가의 갈매기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말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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