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가슴으로 읽는 한시]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bindol 2021. 2. 7. 10:20


南湖放舟

 

河家屋子揷湖濆 하가옥자삽호분
門外茫茫水拍雲 문외망망수박운
極望葦梢平似剪 극망위초평사전
晩風回處一紛紜 만풍회처일분운
蘆葦生成二丈强 노위생성이장강
早花虛白晩花蒼 조화허백만화창
半披半折沿隄亂 반피반절연제란
瑟瑟舟前掠面長 슬슬주전약면장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하씨네 집은 남쪽 포구에 깊숙이 꽂혀 있어
문밖에는 망망한 바닷물이 구름을 치고
저 멀리 가위로 자른 듯 펼쳐진 갈대밭은
저녁 바람 불어오면 일제히 뒤흔들리네
갈대는 두 길보다 크게 자라서
일찍 핀 꽃은 옅게 희고 늦게 핀 꽃은 새하얀데
반은 솟고 반은 꺾어져 제방 따라 어지러운 갈대꽃이
사각사각 배로 다가와 얼굴을 스치고 가네.


洛下生 이학규(李學逵·1770∼1835)가 1821년의 깊어가는 가을날 김해에서 썼다.


앞바다 남호(南湖)에 배를 띄우려다가 낙동강 하구에 펼쳐진
풍경을 읊은 14수 가운데 두 번째와 네 번째 시다.


구름까지 닿은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갈대밭은 장관을 이루며 시야 끝까지 펼쳐져 있다.

갈대잎은 저물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일제히 흔들리며 수런대고,
흰 갈대꽃은 갈대밭 사이로 배를 타고 미끄러져 가는 시인의 얼굴을 스치고 달아났다.
저물녘 갈대밭의 장관을 보며 넋을 잃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