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친구에게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입력 2016.02.06 03:00
친구에게
성격은 괴팍해 늘 조용함을 탐내고
몸은 허약하여 추위를 겁낸다.
솔바람 소리를 문 닫은 채 듣거나
매화에 쌓인 눈 화로를 끼고 본다.
세상맛은 나이 들수록 각별해지고
인생은 끝 무렵이 더 어렵더군.
깨치고서 한바탕 웃고 나니
예전에는 헛된 공명 꿈꾸었구나.
次友人寄詩求和韻
性癖常貪靜(성벽상탐정)
形羸實怕寒(형리실파한)
松風關院聽(송풍관원청)
梅雪擁爐看(매설옹로간)
世味衰年別(세미쇠년별)
人生末路難(인생말로난)
悟來成一笑(오래성일소)
曾是夢槐安(증시몽괴안)
퇴계 이황(李滉·1501∼1570)이 겨울에 시를 써서 친구에게 보냈다. 내가 이런 시를 썼으니 한번 보고 답시를 써서 보여 달라는 요청이다. 현재의 심경에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속내를 친구에게 먼저 밝혔다. 성격은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몸은 허약해 추위를 무서워한다. 그래서 밖을 나다니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산다. 집에서는 문을 닫고 밖에서 들려오는 솔바람 소리를 듣거나 화로를 끌어안고서 눈에 덮인 매화를 바라보는 낙이 있다. 그 풍경을 보며 노년의 인생을 생각해본다. 세상 사는 맛은 청춘 시절이 제일 좋은 것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각별한 맛이 있다. 노년은 덤이 아니라 본령이다. 인생의 마지막 장을 잘 사는 것이 정말 어렵다. 노추(老醜)로 살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아! 나는 왜 젊은 시절 그렇게 부귀공명에 안달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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