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에서 夢(몽)은 ‘꿈’을 뜻하는 글자로 평상을 나타내는 爿(장), 그리고 人(인)과 目(목)으로 구성돼 있다. 즉, 침상 위에 누워 자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눈과 눈썹을 특히 강조해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는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꿈속의 정황을 주시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금문에 이르러 人의 필획이 길게 늘어나면서 저녁을 나타내는 夕(석)의 형태로 바뀌었고, 소전체에 이르러 눈과 눈썹을 그린 모양이 초艹(초)와 目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렇다 해도 그 뜻은 거의 바뀌지 않았는데 『설문해자』에서도 夢은 ‘분명하지 않다’, ‘흐리멍덩하다’는 뜻을 나타낸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로 ‘꿈’의 뜻으로 쓰이는 夢은 胎夢(태몽)·豫知夢(예지몽)·祥夢(상몽)·凶夢(흉몽)·解夢(해몽)과 같은 어휘, 그리고 꿈에서도 잊지 않는다는 夢寐難忘(몽매난망), 몹시 그리워서 꿈에서도 찾는다는 뜻으로 친밀함을 나타내는 夢中相尋(몽중상심)과 같은 성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胡蝶之夢(호접지몽)은 중국 전국시대 도가의 대표적 사상가인 장자와 관련된 고사성어로 『莊子』의 ‘齊物論(제물론)’에서 유래했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돼 즐기는데 나비가 장자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분간하지 못했다는 고사에는 그의 핵심 사상인 ‘無爲自然(무위자연)·萬物齊同(만물제동)’이 잘 드러나 있다.
중국에서는 莊周夢蝶(장주몽접)으로 쓰인다. 후대에 胡蝶之夢은 인생의 덧없음과 허황함을 비유하는 쪽으로 의미의 확장을 일으키며, 一場春夢(일장춘몽)·南柯一夢(남가일몽)·邯鄲之夢(한단지몽)·黃粱之夢(황량지몽) 등이 유사한 맥락에서 사용된다. 여기서 夢은 꿈보다는 오히려 空想(공상)의 뜻에 더 가깝다.
중국어에서 夢은 希望(희망)이나 理想(이상)을 내포하는 ‘꿈’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2012년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中國夢(중국몽)을 언급한 후 잇달아 職業夢(직업몽)과 地方夢(지방몽)을 정책적으로 출범시켰고, 그에 따라 ‘○○夢’이 급격하게 유행했다. 관련 신조어로는 强國夢(강국몽)·强軍夢(강군몽)·四川夢(사천몽) 등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많은 이가 꿈을 접거나 꿈을 잃고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辛丑年(신축년)에는 모두가 꿈의 아름다움을 믿고 꾸고 설계하고 펼치는 가운데 열정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꿈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