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임은 하늘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임은 하늘로
한 이불 덮다가 이별한 지도 잠깐
어느새 천년이 된 듯하다.
먼 하늘 떠가는 구름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대 다시 만나려고
오작교 기다릴까?
은하수 서편가
달은 배 같다.
悼亡
同床少別已千年(동상소별이천년)
極目歸雲倚遠天(극목귀운의원천)
後會何須烏鵲渡(후회하수오작도)
銀河西畔月如船(은하서반월여선)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 ~1805)이 1787년 겨울 아내를 잃고 썼다. 모두 20편을 썼는데 그중 2수만 남아 있다. 35년을 함께한 아내가 먼저 하늘로 떠났다.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인데 마치 천년이 흘러간 듯 까마득하다. 먼 하늘을 떠가는 구름 한 조각은 마치 아내의 분신인 듯하여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하게 서 있다. 하늘을 보려니 오작교를 타고 1년에 한 번씩 만난다는 견우직녀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매정한 연인이다. 나 같으면 하루도 참지 못하고 당장 만나러 가리라. 은하수 서편가에 배처럼 떠있는 저 초승달을 타고서 말이다. 간절한 그리움의 시를 쓴 연암은 아내를 사별하고 20년 동안 홀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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