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7] 봄은 매화로 온다

bindol 2021. 3. 19. 04:03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7] 봄은 매화로 온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입력 2021.03.19 03:00 | 수정 2021.03.19 03:00

 

 

전기, ‘매화초옥도’(19세기 중엽), 종이에 담채, 32.4×36.1cm, 중앙박물관 소장

 

‘봄이 온다/봄이 오신다/반가운 봄이 줄지어 오신다….’

미스트롯2의 팀 미션에서 소녀들이 부른 윤수현 가수의 ‘손님 온다’의 일부이다. 손님을 봄으로 바꾸면 지금 계절과 딱 맞아떨어진다. 수많은 봄꽃이 앞 다투어 뽐내는 계절이지만 3월 중순 본격적으로 매화꽃이 피어야만 줄지어 오는 봄을 실감한다.

‘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는 29세에 요절한 서화가 전기(1825~1854)의 대표작이다. 옅은 회갈색으로 처리된 화면에서 눈발이 날리듯 흩뿌려진 매화만이 조용하고 은은하게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운치 있는 그림이다. 얼핏 세어 봐도 20그루가 넘는 크고 작은 백매가 초가집을 에워싸듯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는 풍경이 너무 정겹다. 우리 그림 속에서 만나는 매화는 대부분 줄기가 구부러지고 휜 고매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드물게 매화나무 숲을 그렸다.

그림 속의 글에는 ‘역매(亦梅) 형이 초옥에서 피리를 불고 있다. 고람 전기가 그리다’라고 적혀 있다. 우선 창문이 열린 별채에 앉아 피리를 부는 선비는 집주인인 역관 오경석이다. 그는 호를 ‘역시 매화’란 뜻의 역매로 지을 만큼 매화 애호가였다. 붉은 옷에 가야금을 메고 지금 막 다리를 건너는 선비는 화가 자신이다. 친구 찾아 매화를 감상하면서 노래하는 작은 즐거움을 가질 요량이다. 집 앞으로는 언덕 여럿이 있고 능선을 따라 초록색의 태점(苔點) 형상이 찍혀 있다. 소나무를 이렇게 나타내었다. 다른 활엽수들이 잎이 나기 전이라 늘 푸른 잎 소나무만 눈에 띈 것이다.

 

매화는 화매와 실매로 크게 나눈다. 화매는 말 그대로 꽃을 감상하기 위하여 심는 매화이고 실매는 매실을 목적으로 한 매화이다. 옛 그림에서 고목의 형태로 한두 그루씩 만나는 매화는 대부분 화매이다. 사실 1~2주 남짓의 꽃 감상과 은은한 꽃향기에 취하고 나면 매화는 그것으로 끝이다. 또 한 해를 기다려야 한다. 꽃도 감상하고 열매도 많이 매다는 실매 매화나무 숲이 실용적이다. 이 그림처럼 꽃피는 계절에 잠시 친구를 불러 감상하다가 다른 계절에는 원하는 사람에게 매실 채취권을 주어 관리를 맡겨도 된다.

매실은 예부터 약제로 유명하고 다 익은 열매는 과일로 먹을 수도 있다. 매화는 꽃 하나에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다. 그러나 자기 꽃가루로 수정이 잘 되지 않아 홀로 자라는 매화나무는 열매를 잘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임도 보고 뽕도 따듯, 꽃도 보고 매실도 얻으려면 그림처럼 실매 여러 그루를 같이 심어 가꾸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