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81] 현대판 ‘더덕 정승’ ‘김치 판서’는 누구

bindol 2021. 4. 28. 04:32

[이한우의 간신열전] [81] 현대판 ‘더덕 정승’ ‘김치 판서’는 누구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04.28 03:00 | 수정 2021.04.28 03:00

 

 

축군(逐君), 즉 쫓겨난 임금의 한창때 정치를 살펴보면 반드시 희한한 간신들이 득세했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연산군의 장인 신승선(愼承善)은 성종 때 정승을 지내고 사위가 왕이 되자 영의정까지 올랐지만 그에 대한 실록의 평은 가혹하다.

“사람됨이 연약해 아무런 건의를 올린 바가 없고 직무에 게으르고 녹만 먹어 있으나 마나 하니 사람들이 죽반승(粥飯僧)이라고 불렀다.”

죽반승이란 밥만 축내는 쓸모없는 승려를 비꼬는 말이다. 광해군 때는 전형적 권간(權奸) 이이첨(李爾瞻) 외에도 희한한 인물들이 고위직에 있었다. ‘광해군 일기’ 11년(1619년) 3월 5일 자의 기사 한 대목이다.

‘사삼각로권초중(沙參閣老權初重) 잡채상서세막당(雜菜尙書勢莫當).’ 우선 뜻을 풀어보면 ‘사삼 각로의 권력이 처음에는 무겁더니/ 잡채 판서의 세력을 당해낼 수가 없구나’라는 뜻이다. 각로는 정승, 상서는 판서다. 사삼 각로란 사삼(沙蔘·더덕)으로 전병을 잘 만들어 임금에게 바쳤던 정승 한효순(韓孝純·1543~1621년)을 말하고 잡채 상서란 잡채(雜菜 혹은 김치)를 잘 만들어 광해군의 입맛을 사로잡은 호조판서 이충(李沖·1568~1619년)을 가리킨다. 더덕 정승과 김치 판서의 권력투쟁에서 김치 판서가 이겼다는 뜻이다.

 

호기롭게 “서해맹산(誓海盟山)”을 외쳤던 조국 전 장관, 의원 질의에 “소설 쓰고 있네”라고 받아친 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이번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얼마 전 차기 검찰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 운운했다. 곧바로 검찰 내부에서도 ‘충견(忠犬)’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죽하면 여당 조응천 의원까지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해버린 것 같다”고 비판했을까. 엽기에 가까운 이 정권 인사들의 간사한 행태는 끝날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