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82] 직간은 바라지도 않는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예부터 중국에서는 임금을 일깨워주는 간언(諫言)과 관련해 참으로 많은 종류가 있었다. 흔히 오간(五諫)이라고 해서 다섯 가지를 꼽는데, 에둘러 말하는 휼간(譎諫)이 있고 고지식하게 말하는 당간(戇諫)이 있으며 그 밖에도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하는 강간(降諫), 슬쩍 풍자하듯이 하는 풍간(諷諫), 그리고 사안을 정면으로 따지고 드는 직간(直諫)이 있다.
공자는 직간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기에 풍간이 더 낫다고 보았다. 물론 아주 드물게는 범안(犯顏), 즉 임금의 안색을 거슬러가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특수한 경우이고 일반적으로 좋은 것은 겸손한 말로 에둘러서 풍자하듯이 간언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때 임금이 자기 잘못을 직접 지적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기뻐만 하고 그 안에 담긴 깊은 뜻을 풀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즉 매우 명민한 임금이라야 슬쩍 흘리는 말 속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발견하고 곧바로 고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대체로 그러지 못하는 임금들에게는 결국 직언(直言), 직간(直諫)을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깨우쳐주기가 어렵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사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그 정도 하시라, 좀스럽다”고 국민들을 놀라게 하더니 또 얼마 전에는 한 30대 청년이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전단을 국회에 살포한 일을 들어 모욕죄로 고소한 것이 드러났다.
이 두 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가까이에서 모시는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직간에도 종류가 있어 면절(面折)은 면전에서 꺾는 것이고 견거(牽裾)는 임금의 옷자락을 붙잡고서라도 바른말을 하는 것이며 절함(折檻)은 계단 난간을 붙잡고 간언하다 난간이 부러져도 끝까지 할 말은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애군(愛君)이다. 반대로 자기 주군이 나락으로 떨어지려는데도 입을 다무는 것, 이를 무군(無君)이라 했다. 풀면 임금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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