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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29] 소수 매미

bindol 2021. 6. 8. 05:13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29] 소수 매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요사이 미국 동부와 중부 일부 지역은 온통 매미 천지란다. 지금부터 꼭 17년 전인 2004년에 나와 짝짓기하고 굼벵이가 되어 땅속으로 들어갔던 매미들이 성충이 되어 돌아왔다. 17년째 되는 어느 날 지표면 온도가 18도 정도가 되자 죄다 땅을 헤집고 나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하염없이 나무 위로 기어오른다. 모두 몇 마리나 될까 가늠해볼 엄두조차 못 내는 곤충학자들은 대충 10조 마리는 넘을 것으로 얼버무린다.

 

노래하는 곤충에는 크게 세 부류가 있다. 귀뚜라미는 딱딱한 앞날개를 서로 비벼, 그리고 여치와 베짱이는 뒷다리로 날개 가장자리를 긁어 소리를 낸다. 매미는 여러 겹으로 주름 잡힌 진동막(tymbal)의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가운데 주름들이 서로 부대끼며 소리가 난다. 매미 암컷도 날개를 부딪쳐 짤막한 소리를 내지만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수컷들이 내는 소리다. 수컷들의 노래는 종종 합창이 되어 때로 80~85데시벨에 이른다. 이는 대형 트럭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내는 소음 수준이다.

 

이번에 나온 매미는 17년마다 나오는 종류지만 13년마다 나타나는 종류도 있다. 이들은 왜 하필이면 이런 유별난 주기의 생활사를 지니도록 진화했을까? 13과 17은 둘 다 1과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소수(素數)다. 천적이 있다면 그들 역시 13년 혹은 17년을 기다려야 한다. 만일 2년 주기로 번식하는 포식자라면 26년이나 34년을 기다려야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소수 매미가 수학적 지식을 갖추고 전략적으로 진화한 것은 물론 아니다. 다양한 주기로 번식하던 매미 중에서 절묘하게 천적을 따돌리며 살아남았을 뿐이다. 이들은 천적만 따돌린 게 아니다. 내가 아는 한 소수 매미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곤충학자는 없다. 13년 혹은 17년마다 한 번씩 연구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