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547] 객기사패 (客氣事敗)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객기(客氣)는 ‘객쩍게 부리는 혈기(血氣)나 용기’를 말한다.
중국에서는 겸양의 뜻으로 쓴다.
객기를 부린다는 말은 헛기운을 부려 고집을 피우는 행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객기의 반대말은 진기(眞氣)나 정기(正氣)다.
안정복(安鼎福·1712~1791)은 상헌수필(橡軒隨筆)에서
“객기란 것은 진기의 밖에 있는, 일종의 떠다니는 마음이나 습기(習氣)이다
(客氣者, 眞氣之外, 一種浮念及習氣也)”라고 했다.
주자가 “진정한 대영웅은 모두 전전긍긍(戰戰兢兢)에서 만들어진다
(眞正大英雄, 皆從戰兢做出)”고 했는데, 이 또한 객기를 경계한 말이다.
명나라 진계유(陳繼儒)가 안득장자언(安得長者言)에서 말한다.
"의로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종종 의분(義憤)이나 의열(義烈), 의협(義俠)을 말하곤 한다.
이것이 중도(中道)를 얻으면 정기(正氣)가 되고, 너무 지나치면 객기(客氣)가 된다.
정기로 하면 일이 이루어지지만, 객기는 일을 어그러뜨린다.
이 때문에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 같다'고 하고,
또 말하기를
'군자는 의로움을 가지고 바탕을 삼아, 예로써 이를 행하고,
겸손으로 이를 편다'고 말하는 것이다
(好義者往往曰義憤, 曰義烈, 曰義俠. 得中則爲正氣,
太過則爲客氣. 正氣則事成, 客氣則事敗. 故曰:大直若曲,
又曰: 君子義以爲質, 禮以行之, 遜以出之)."
(군자는 의로움을 가지고 바탕을 삼아,
예로써 이를 행하고,
겸손으로 이를 편다'고 말하는 것이다)
출발은 똑같이 의로움에서 시작했지만 정도를 넘으면 객기가 되어 일을 그르치고 만다.
그래서 복수전서(福壽全書)에서는 "망상(妄想)으로 진심을 해치지 말고,
객기(客氣)로 원기(元氣)를 손상치 말라(毋以妄想戕眞心, 毋以客氣傷元氣)"고 했다.
객기는 필연적으로 울분(鬱憤)을 만든다.
최한기(崔漢綺·1803~1879)는 인정(人政) 중 ‘객기울(客氣鬱)’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객기와 울분이란 것은 고담준론으로 티끌세상을 압도하려 들고,
거창하고 화려한 문장으로 천인(天人)의 이치를 쏟아내려 든다.
겉보기에는 비록 통쾌하고 시원스러운 듯해도
속마음에는 불평스러운 기운이 겹겹이 쌓여 있다
(客氣鬱者, 高談準論, 思壓塵世, 鉅篇麗章, 倒瀉天人.
外面雖若快豁, 中心積累不平).”
세상일이 하도 뒤틀려 꼬이다 보니
정기보다 객기라야 통쾌하고
시원스럽게 여겨지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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