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629] 사유오장(仕有五瘴)
북송 때 매지(梅摯·994~1059)가 소주(韶州) 자사로 있으면서 ‘장설(瘴說)’을 지었다. ‘장(瘴)’은 남방의 풍토병을 일컫는 말이다. 글에서 그는 지방관의 다섯 가지 풍토병(仕有五瘴)에 대해 말했다.
첫째는 조부(租賦) 즉 세금 거두기의 병통이다. 다급하게 재촉하고 사납게 거둬들여, 아랫사람에게서 착취하여 윗사람에게 가져다 바친다(急催暴斂.剝下奉上). 윗사람은 밑에서 바치는 양의 많고 적음에 따라 능력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는 것이 잠깐이다. 둘째는 형옥(刑獄)의 병통, 법 집행이 공정치 않아 생기는 문제다. 무슨 말인지 모를 법조문을 멋대로 들이대 선악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다(深文以逞, 良惡不白). 의도를 갖고 법을 임의로 적용하니 옳고 그름이 밝게 드러날 리 없다. 진실이 뒤바뀌어도 바로잡히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뇌물과 협잡이 횡행한다.
셋째는 음식의 병통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질탕하게 취해 노느라 나랏일을 저만치 밀쳐둔다(昏晨酣宴, 弛廢王事). 그 사이에 처리해야 할 일은 적체되고, 백성들이 갈피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질서가 붕괴되고 기강이 무너진다. 넷째는 재화(財貨)의 병통이다. 백성의 이익을 침해해서 자기 주머니를 채운다(侵牟民利, 以實私儲). 나랏일을 하면서 사익을 채우려는 심보는 고금을 떠나 늘 문제다. 다섯째는 유박(帷薄), 즉 남녀 문제로 생기는 병통이다. 비첩을 잔뜩 가려, 소리와 여색을 즐긴다(盛揀姬妾, 以娛聲色). 권력의 힘으로 여색에 빠지면 답이 없다.
이렇게 다섯 가지 병통을 지적한 뒤 글을 마무리했다. “이 중 하나만 있더라도 백성이 원망하고 귀신이 노하니, 편안하던 자가 반드시 병들고, 병든 자는 틀림없이 죽고 만다. 벼슬하는 자가 이를 알지 못하고, 풍토병에다 허물을 돌리곤 하니, 또한 잘못이 아니겠는가?”
송나라 때 부홰(傅翽)가 전임자인 유현명(劉玄明)에게 치민(治民)의 요결을 물었다. 유현명은 당시 치적이 천하 제일이란 명성이 있었다. 그가 말했다. “내게 기묘한 방법이 있소. 하루에 밥 한 되만 먹고 술은 마시지 말 것, 이것이 으뜸가는 계책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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