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侮人侮
내가 나를 업신여겨 함부로 대하니 남도 나를 덩달아 업신여긴다
정온(鄭蘊·1569~1641)이 50세 나던 해 정초에
元朝自警箴을 지었다
서두는 이렇다
余生之惷(여생지준) 어리석은 내 인생
氣拘物汨(기구물골) 氣 얽매고 外物 빠져
儳焉厥躬(참언궐궁) 몸을 닦지 못하니
如不終日(여부종일) 하루도 못 마칠 듯
本旣失矣(본기실의) 근본 이미 잃고 보매
何往不窒(하왕부질) 어데 간들 안 막히랴
事親不誠(사친불성) 부모 섬김 건성 하고
事君無義(사군무의) 임금 섬김 의리 없어
自侮人侮(자모인모) 나도 남도 업신여겨
牛已馬已(우이마이) 소와 말로 대접하네
공자는 나이 50을 知天命이라 했고 거백옥蘧伯玉)은 50세가 되자 지난 49년의 인생이 잘못된 줄을 알았다고 했다
쉰 살은 하늘이 나를 왜 세상에 냈는지를 알고
지난 잘못을 깨닫는다는 나이다
새해 쉰 살이 되어 나를 돌아보니 한심하고 무참하다
먹고사는 일에 골몰해 수양은커녕 내가 누군지조차 잊었다
부모에게 효도 한번 한 적 없고
임금을 의리로 섬기지도 못했다
내가 나를 업신여겨 함부로 대하니
남도 나를 덩달아 업신여긴다
自侮人侮
그의 自省이 이어진다.
顧諟伊何(고시이하) 반성은 어이 할까?
曰敬而已(왈경이이) 공경으로 할 뿐이라
衣冠必整(의관필정) 의관은 단정하게
居處必恭(거처필공) 거처함은 공손하게
行必篤實(행필독실) 행실은 독실하게
言必信忠(언필신충) 말은 꼭 미더웁게
防慾如城(방욕여성) 욕심 막음 城과 같고
除忿如篲(제분여수) 분노 없앰 비로 쓸 듯
반성은 옷 매무새와 몸가짐을 바로 하고
행실과 언어를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과도한 욕심을 성 쌓듯 둘러막고
마음속 분노는 비로 쓸듯 쓸어낸다
그다음은?
動靜交養(동정교양) 동정(動靜)을 서로 길러
內外夾持(내외협지) 안팎 함께 지킨다면
靈臺澄澈(영대징철) 영대(靈臺)가 맑아지고
方寸光輝(방촌광휘) 마음 또한 빛나리라
允若乎是(윤약호시) 참으로 이러해야
是曰人而(시왈인이) 사람이라 할 것이라
以之患難(이지환난) 이로써 환난에도
不失素履(부실소리) 평상심 잃지 않고
以之安樂(이지안락) 이로써 안락에도
不至驕恣(부지교자) 교만 방자 말아야지
立脚雖晩(입각수만) 바로 서기 늦었지만
改過爲貴(개과위귀) 허물 고침 귀하다네
聖賢亦人(성현역인) 성현 또한 사람이라
爲之則是(위지칙시) 이리하면 성인 되리
春惟歲首(춘유세수) 봄은 한 해 처음이요
日乃元始(일내원시) 정초에서 시작되네
書玆警詞(서자경사) 경계의 말 여기 써서
服之至死(복지지사) 죽도록 지키리라
새해를 맞는 내 다짐이다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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