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05] 벨기에 대사 부인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벨기에 대사 부인 이야기를 듣고 영화 ‘조폭 마누라’가 생각났다. 조폭 마누라는 싸움에 능하다. 남자 깡패들을 주먹과 발길질로 두들겨 팬다. 벨기에 대사 부인도 권법에 능하다. 거슬리는 것들이 있으면 일말의 머뭇거림 없이 뒤통수를 가격하거나 귀싸대기를 갈겨 버린다.
대사 부인에게 맞은 용산구 의류매장 여종업원의 얼굴 사진을 보니 왼쪽 볼때기가 불그스름하다. 세게 맞았다. 보통 사람이 때리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대사 부인의 장력(掌力)을 가늠케 하는 사진이다. 이번에는 65세 환경미화원과 일합을 겨뤘다. 미화원이 어느 부위를 두들겨 맞았는지 확인은 안 되지만 이번에도 그 장력의 내공을 발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사 부인의 나이가 63세라고 나온다. 할머니급에 해당한다.
만약 이 여자가 50대였을 때 여종업원이 귀싸대기를 맞았다면 고막이 터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슨 대사 부인이 이렇게 무공이 출중하단 말인가! 해외의 공자학원에서 태극권을 가르쳤던 경력의 소유자라고 한다.
한국의 태권도는 발차기에 중국 무술은 주먹으로 때리는 권법에 주특기가 있다. 이소룡이 연마했던 영춘권도 손으로 때리는 기술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손이 먼저 나가는 습관이 있다. 그렇지만 태극권은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무술이다. 옷가게 종업원, 환경미화원을 두들기려고 태극권을 배웠단 말인가. 왜 약자들 뺨을 때리는 데 에너지를 집중한단 말인가. 차라리 잘나가는 대사 부인을 언쟁 끝에 가격했다면 일말의 스토리가 된다.
공자학원(孔子學院)도 그렇다.
공자님 가르침이 해외 나가서 면책 특권의 대사 부인이라는 갑질을 마음껏 행사하라는 것이었는가.
필자는 공자를 인류의 큰 스승으로 존중한다.
청소년 시절부터 ‘논어’를 읽으며 수신하려고 애를 썼다.
공자학원에서 사람들을 가르쳤던 공자 이념의 전도사에게서 극기복례(克己復禮)는 찾아볼 수 없다.
서민을 때리는[暴拳打庶民] 조폭 마누라 행태이다.
이 점이 참 안타깝다. 한자 문화권에서 21세기의 인류에게 있는 보편적 가르침이 공자의 가르침인데 말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킨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권법을 구사하는 아내와 같이 사는 벨기에 남편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부부싸움 하다가 하복부를 가격당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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