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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야놀자’와 ‘이순신클럽’

bindol 2021. 7. 13. 05:04

[만물상] ‘야놀자’와 ‘이순신클럽’

강경희 논설위원

 

kang-kyunghee 기자페이지 - 조선일보

 

www.chosun.com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가 국내 최대 숙박 레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 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손정의 회장이 3조원 넘게 투자한 쿠팡에 이어 국내에 ‘제2의 쿠팡’ 신화가 탄생하는 것이다. 비전펀드의 투자로 ‘야놀자’는 기업가치가 10조원 이상인 ‘데카콘’ 기업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인 미국의 ‘에어비앤비’는 가난한 청년 셋이 월세를 충당할 겸 자신의 아파트 공간 일부를 돈 받고 빌려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한국의 ‘야놀자’는 그보다 더 극적인 창업자의 ‘흙수저 신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업자 이수진 총괄대표는 “침대 시트 까는 건 도사”라고 사석에서 자신을 소개한다.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여섯 살 때 어머니가 재혼해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할머니마저 중1 때 돌아가시고 친척 집에서 컸다. 지방 전문대를 졸업하고 어렵게 모은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 날리고는 숙식 해결되는 일거리를 찾던 끝에 모텔 청소부로 일했다. 그 인연으로 모텔 관련 인터넷 카페를 인수한 것이 ‘야놀자’의 출발이 됐다.

 

▶“사당동에 있는 ‘야놀자 코텔’에 ‘호캉스’ 다녀왔어요.” 인터넷에는 젊은이들이 올린 모텔 이용 후기가 종종 등장한다. ‘코텔’은 부정적 어감을 가진 모텔 대신 한국형 호텔을 뜻하는 신조어다. 음지에 있던 모텔을 양지로 끌어낸 ‘발상의 전환’이 야놀자의 성공 비결이다. 이수진 대표는 “전국의 모텔 3만개를 설렘과 행복 주는 숙박 공간으로 재창조하겠다”며 호텔과 모텔만 있던 국내 숙박 업계에 ‘코텔’을 선보였다. 성인 방송 같은 것을 없애고 ‘플레이존’과 ‘스터디룸’ 등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시설을 도입한 신개념 모텔로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모텔에서 출발했지만 호텔, 펜션, 글램핑 등으로 서비스를 늘리고 국내외 숙박 관련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150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 레저 앱’이 됐다.

 

▶이수진 대표를 비롯해 어려움을 딛고 성공한 창업자들끼리 만나는 사적 모임이 있는데 처음에는 ‘개고생클럽’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 ‘이순신클럽’으로 모임 애칭을 바꿨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고 한 이순신 장군의 말에 감명받아 이수진 대표가 제안한 이름이라고 한다. 창업자들의 절박함과 결기를 보여준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배달의 민족’의 김봉진 창업자, 야놀자 이수진 총괄대표 등은 가진 것 없이 남다른 아이디어와 의지로 성공한 21세기의 흙수저 갑부들이다. 이런 신흥 부자가 얼마나 쏟아지느냐에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