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與 인사들의 언론 편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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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들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주변을 취재한다며 경찰을 사칭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자 MBC가 지난 9일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지난해 채널A 기자와 검사가 결탁했다는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폭로했던 MBC 기자들이 경찰 사칭 불법 취재를 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취재 윤리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타사 기자를 구속까지 되도록 만든 MBC였기에, 이번에도 MBC가 먼저 자사 기자들을 고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9일 저녁 MBC뉴스데스크 앵커가 " 본사 취재진이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박사 논문을 검증하기 위한 취재 과정에서 취재 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과 방송을 하고있다./MBC뉴스데스크
현실은 달랐다. 피해 당사자인 윤 전 총장 측이 MBC 기자들을 경찰 고발하며 항의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채널A 사건에서 맹폭을 퍼부었던 여권 인사 및 단체들은 MBC 취재진의 경찰 사칭 사건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나 때는) 경찰 사칭이 흔한 일이었다”고 옹호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뿐이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논문 표절 및 사업계획서 도용 의혹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만약 MBC가 아닌 종편 기자가 경찰을 사칭해 여권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주변을 취재하다 들통 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랐을 것이다. 친여 성향 언론 단체들이 먼저 고발장을 들고 수사기관을 찾아갔을 것이다. 친정권 검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해당 기자를 구속하려 들었을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전 법무장관, 김어준씨 같은 정권 외곽 인사들은 페이스북과 유튜브 방송을 통해 “공권력을 사칭한 종편의 전대미문 대선 개입” 같은 논리를 지지층에 주입하며 활약했을 것이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전임 추미애 전 장관이 그랬듯 수사지휘권을 남발했을 수도 있다. 민주당은 당장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종편 재승인 취소”를 압박했을지 모른다.
과장과 비약 같지만 모두 지난해 채널A 사건 이후 벌어진 일들이다. 하지만 이랬던 이들은 MBC 사건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채널A 사건과 MBC 사건은 다르다”고 할지 모르겠다. 물론 MBC 사건에는 사기꾼 제보자와 몰래 녹음한 녹취록 등 극적 장치들이 빠져있긴 하다. 만약 채널A 사건에서 MBC가 그랬듯 누군가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경찰을 사칭하는 MBC 기자들의 현장 모습을 공개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사건 이후 MBC는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다만 경찰 사칭 취재에 윗선 지시는 없었고 정치적 의도도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기자 개인의 실수라는 얘기다. 지난해 채널A 기자 역시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MBC와 여권은 ‘총선 개입’이라며 몰아붙였다. 채널A 기자는 구속됐다. 누구 편이냐는 진영 논리에 따라 비슷한 취재 윤리 위반 사건이라도 대우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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