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김의겸 의원의 ‘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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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검찰 출입기자 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만난 적이 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윤 전 총장이 학창 시절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물었다. 그는 “검사로서 사형을 구형했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고 나는 판사 역할을 했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했다. 이어 “이 소문이 나자 집안 어른이 나보고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이 낫겠다고 해서 강원도 강릉으로 갔다”며 “얼마 뒤 경찰이 집으로 들이닥쳤다고 하더라”고 했다. 멋쩍게 웃는 그에게 “왜 그랬느냐”고 묻자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게 정의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지난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화가 오고 간 시기는 검찰이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를 하기 1년 전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절정에 이르고, 검찰 내 ‘2인자’인 서울중앙지검장이었지만 검찰총장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었을 때였다. 그가 훗날 유력 대선 주자가 될 것을 내다보고 출입기자에게 자신을 미화하는 얘기를 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3년 전 일이 생각난 것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17일 광주광역시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희생자 유족을 만나자 김 의원은 그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 관련 윤석열의 진실을 밝혀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윤석열이 5·18 직후가 아니라 이전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수배를 받고 도피를 한 게 아니라 지레 겁먹고 튄 거다”라고 했다. 다음 날에는 글을 올려 “‘전두환 사형 구형'은 ‘가짜 뉴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김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5·18 직전이든 직후든 윤 전 총장이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가짜 뉴스’라는 말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최근 MBC 취재진이 윤 전 검찰총장 아내 김건희씨의 논문 관련 취재를 하며 경찰을 사칭했다.
‘사칭 취재’는 제대로 된 기자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중대 범죄다.
그런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김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저희들,
나이가 든 기자 출신들은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며 ‘사칭 취재’를 옹호했다.
이야말로 ‘가짜 뉴스’다. 김 의원은 자신이 과거 ‘사칭 취재’를 했다고 해서
당시 기자들이 흔히 그랬던 것처럼 호도했다.
설령 과거 ‘사칭 취재’가 일부 있었다고 해도 그런 취재 방식은 당시도 범죄였고 지금도 범죄다.
김 의원은 ‘억지 주장’으로 야권 대선 예비 후보 흠집 내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본인의 ‘가짜 뉴스’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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