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벼과 식물은 우리 주변에 흔하다. 화곡(禾穀)이라고 적으면 벼 또는 그와 비슷한 잡곡(雜穀)을 모두 일컫는다. 화수(禾穗)라고 적으면 벼의 이삭(穗)을 가리킨다. 벼를 가리키는 禾(화)를 부수로 달고 있는 글자 중 조세(租稅)는 세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논밭에서 나오는 곡식이 옛 사회 세금의 주요 원천임을 의미한다. 과거 동양 사회에서 등장한 세금의 명칭은 많다. 대표적인 게 부세(賦稅)다. 강제적인 방법 또는 전쟁에 필요한 물자나 자금을 바친다는 맥락의 賦(부)는 부과(賦課), 부여(賦與) 등의 조어로 이어진다.
중국에서는 이 賦(부)가 세금을 가리키는 글자로는 가장 먼저 등장했다는 설명이 따른다. 다음 글자 稅(세)는 ‘곡식으로 서로 바꾸다(兌)’는 맥락에서 만들어졌다고 본다. 국가의 공공 서비스와 개인의 작물을 서로 교환하는 행위, 더 나아가 지금의 세금이라는 의미로 정착했다고 본다. 稅(세)와 租(조)는 늘 같은 뜻으로 등장했다.
전조(田租)는 논과 밭에 매기는 세금을 가리킨다. 전부(田賦)라고 적어도 의미는 같다. 곡식을 걷는 일 외에 다른 물품 등을 징수할 때는 調(조)를 사용한다. 사람을 직접 데려가는 경우는 役(역)이다. 전쟁에 동원하는 인원인 군역(軍役), 데려가 노동을 시키는 요역(役)이 이에 해당한다. 때론 庸(용)으로도 적는다. 한반도에서는 고려 때 등장했던 조용조(租庸調)가 이에 해당한다.
다른 별칭도 많다. 격납고(格納庫)는 순 일본식 조어다. 그러나 단어 格納(격납)은 원래 중국 송나라 때 배(船)의 크기에 따라 세금을 매기던 행위에서 나왔다. 일본은 이를 ‘넣어 두다’는 뜻의 ‘격납고’라는 조어로 활용하고 있으니 조금 이채롭다.
나라에 바친다는 맥락에서 정공(正供)이라고도 적었다. 임금만이 사용하는 재물이라고 해서 금전(禁錢)이라고 적은 점도 눈에 띈다. 이런 세금 줄이는 일이 감세(減稅)다. 미국은 법인세를 대폭 줄여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자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큰 줄거리다. 그와는 반대의 방향을 잡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무척 궁금해진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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