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북한의 고구려 고분들이 세계의 文化(문화) 遺産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한다. 遺는 貴와 착으로 구성되었다. 貴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두 손과 광주리와 흙(土·토)을 그려 흙 속에서 뭔가를 파거나 건져내는 모습을 그렸다. 광주리는 종종 생략되기도 했으며, 이후 흙(土) 대신 조개(貝·패)가 들어가 지금처럼 변했다. 복잡한 자형의 변화만큼 貴에는 여러 가지 뜻이 함께 들어 있었다.
갑골의 자형에 의하면, ‘흙 속에서 어떤 것을 파내다’가 貴의 기본적인 뜻으로 추정된다. 파내는 행위는 개펄이나 모래 속의 조개(貝)처럼 귀한 물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貴하다’, ‘가격이 높다’는 뜻이 생겼다. 그리고 여기서 확장되어, 파내어 다른 곳으로 옮기다나 ‘파낸 곳이 무너지다’는 의미도 함께 생겼다. 또 조개 등을 건져내는 광주리에 주목하여 그 도구인 삼태기도 지칭했다.
이렇게 여러 뜻을 가진 貴는 이후 의미부들을 더하여 각각의 새 글자로 태어났다. 다른 곳으로 옮기다는 뜻을 나타낼 때에는 착을 더하여 遺로 분화했다. 무너지다는 뜻을 나타낼 때에는 阜(언덕 부)를 더하여 퇴(무너질 퇴)나 水(물 수)를 더하여 潰(무너질 궤)로, 삼태기를 나타낼 때에는 竹(대 죽)을 더하여 궤(삼태기 궤) 등으로 분화했다.
産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生(낳을 생)이 의미부이고 彦(선비 언)의 생략된 모습이 소리부로 구성되어, ‘낳다’나 ‘生産(생산)하다’가 원래 뜻이다.
生은 싹(철·철)이 땅위(ㅡ)로 돋아나는 모습을 그렸다. 彦은 금문에서 의미부인 文(무늬 문)과 弓(활 궁)과 소리부인 (엄,한)(기슭 엄)으로 구성되어, 文武(문무)를 겸해야만 才德(재덕)이 출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그렸다. 그러나 이후 弓이 광채를 뜻하는 삼(터럭 삼)으로 변해 지금처럼 되었다. 그렇게 됨으로써 선비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에서 武는 줄어들고 文이 강조되었다.
遺産이란 貴한 것을 남겨 준 財産(재산)이라는 뜻이다. 고구려가 ‘남긴 貴한 財産’들이 우리만의 것이 아닌 세계인들의 文化遺産으로 지정되어 韓民族(한민족)의 긍지를 세울 수 있길 기대한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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