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내일은 제15대 국회의원 選擧日(선거일)로 한국의 시민사회가 더욱 성숙하게 될 중요한 날이다.
選은 소전체에서부터 보이며 巽과 착(쉬엄쉬엄 갈 착)으로 구성되었다. 巽은 갑골문에서 꿇어앉은 두 사람의 모습을 그렸는데,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탁자를 그린 B(대 기)가 더해져 희생물로 바칠 사람을 뽑는 모습을 구체화했다. ‘설문해자’에서는 巽과 같은 글자로 A(괘 이름 손)을 제시했는데, 巳 대신 頁(머리 혈)이 들어간 구조다. 頁이 화장을 짙게 한 사람의 얼굴을 크게 그려놓은 것임을 고려할 때, 제사에 쓸 사람이라는 의미를 더욱 강조한 셈이다.
巽을 ‘설문해자’에서는 祭需(제수)를 갖추다는 뜻으로 해석했지만, 제사에 쓸 모든 재료는 가장 훌륭하고 흠 없는 것으로 選別(선별)해야 하기 때문에 巽에는 揀擇(간택)하다, 공손하다, 選拔(선발)하다는 뜻이 생겼다.
選에서의 착은 구성원들 각자가 제사를 위해 마을이나 부족의 중심부로 물건을 보낸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選은 제사상에 바치는 祭物(제물)처럼 구성원을 위해 희생할 사람을 뽑아(巽) 중앙으로 보낸다(착)는 뜻이다.
選과 비슷한 구조인 撰은 手(손 수)와 巽이 더해져, 훌륭한 문장을 가려 뽑아(巽) 글을 만들다(手)는 뜻이다. ‘가려 뽑아 만들다’는 뜻의 撰이 著述(저술)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述而不作(술이부작·서술은 하되 창작은 하지 않는다)이라는 동양적 글쓰기의 전통 때문이리라. 또 食(밥 식)과 巽이 더해진 饌은 제사상에 올릴 골라 뽑은(巽) 맛있는 요리(食)를 뜻한다.
擧는 與와 手로 이뤄졌는데, 與는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여(마주들 여)와 口(입 구)와 발음부호인 與(더불 여)로 구성되어 구령에 맞추어 어떤 것을 함께 드는 모습을 그렸다. 이로부터 ‘함께’와 參與(참여)하다는 뜻이 생겼다. 擧는 與에 다시 손(手) 하나가 추가됨으로써, ‘힘을 합쳐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는 것’은 개개인 스스로 자신의 조그만 힘을 보탤 때 가능함을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는 내일 빠짐없이 參與의 미덕을 실현함(擧)으로써 우리를 위해 제대로 희생할 사람을 뽑아야(選) 할 것이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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