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革命에서 改革을 거쳐, 요즈음은 革新(혁신)이 보다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革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갓옷을 만들기 위해 짐승의 가죽을 벗겨 말리는 모습이기에, 털이 그대로 남아 있는 皮와는 달리 털을 제거한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革에는 革職(혁직·파직함)에서처럼 제거하다는 뜻이 생겼다. 또 革은 동물의 가죽을 인간을 위한 갓옷으로 변화시키는 행위로서, 인간에게 보다 이로운 형태의 변화가 일어남을 의미한다. 그래서 ‘바꾸다’의 뜻도 생겼다.
命은 令에 口(입 구)가 더해진 구조이다. 令은 갑골문에서 모자를 쓴 사람이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모자는 권위의 상징이다. 그래서 令은 권력을 가진 우두머리를 뜻하고, 우두머리는 命令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부리다’와 ‘命令’이라는 뜻이 생겼다.
命에서의 口는 말을 뜻한다. 그래서 命은 말로써 사람들을 부리는 것을 의미했고, 이후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리는 모든 행위를 지칭했으며, 다시 天命(천명)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革命이란 글자 그대로 命을 바꾼다(革)는 뜻이다. 중국에서 革命은 ‘周易(주역)’에 처음 나오지만, 현대적 의미의 ‘革命’은 孫文(손문) 선생이 1895년 興中會(흥중회)의 거사 실패로 일본으로 망명하면서 일본 신문에 실린 ‘중국의 革命黨(혁명당) 領袖(영수) 손문의 일본 도착’이라는 기사에서 빌려 쓰게 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改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부터 己와 복(칠 복)으로 구성되었다. 왼쪽의 己는 뱀을 그린 것이라지만 祀(제사 사)에서처럼 아이를 상징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오른쪽의 복은 손에 막대를 든 모습이다. 그래서 改는 아이를 꿇어 앉혀 매로써 교육하는 모습이며, 이로부터 나쁜 습관이나 버릇을 ‘고치다’는 뜻이 생겼다.
改革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改), 바로 잡을 수 없는 것은 바꾼다(革)는 뜻으로, 변화에 대한 대단히 강력한 메시지가 그 속에 들어 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꾼다는 뜻의 革新이 유행하는 것은 갈수록 더욱 자극적인 것만 추구하는 우리의 자화상이 담긴 것 같아 씁쓸한 맛을 남긴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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