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중국의 유명 관광지를 다녀보면 크고 작은 깃발을 따라 물밀 듯 몰려다니는 단체 旅行客(여행객)을 수 없이 만날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인 풍경이다. 그래서 이러한 단체 관광을 ‘깃발 旅行’이라 부르기도 한다.
旅行을 현대 중국어에서는 ‘뤼요우(旅游)’라고 하는데, 그 자원을 살피면 뜻밖에도 ‘깃발 旅行’과 관계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旅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깃발 아래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으로, 깃발은 바람에 나부끼고 사람들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서 있다. 전통적으로 깃발은 부족이나 종족의 상징으로, 전쟁과 같은 중대사가 생기면 사람들은 깃발을 중심으로 모여 들었다.
그래서 旅는 軍隊(군대)나 軍師(군사)의 편제가 원래 뜻이며, 옛날에는 5백 명의 군사를 旅라 했다. 지금의 旅團(여단)에 비하면 적겠지만 당시로서는 대단한 규모였을 것이다. 군대는 함께 모여 출정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旅에는 ‘무리’나 ‘出行(출행)’이라는 뜻이, 다시 ‘바깥을 돌아다니다’는 뜻도 생겼다.
游는 水와 M로 구성되었다. M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깃발이 날리는 깃대()에 子(아들 자)가 더해져, 아이(子)가 깃대(?)를 든 모습을 그렸다. 갑골문에서 사냥터의 뜻으로 쓰인 것으로 보아, M는 사냥에서 그다지 큰 역할을 할 수 없는 아이에게 깃발을 들게 하고 외지로 나가 사냥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사냥은 옛날 전쟁연습인 동시에 최고의 오락행위였다. 그래서 M에 旅行이라는 뜻도 생겼다.
소전체에 들면서 旅行의 의미를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水와 착을 더해 游와 遊가 만들어졌다. 그리하여 游는 물위를 떠다니는 것을 말하고, 遊는 천천히 노닐며 遊覽(유람)하는 것을 구분하여 말하였다.
양쯔 강이나 황허 강 같은 큰 물줄기를 중심으로 문명을 형성한 중국에서 배를 띠워 여유롭게 노니는 것이 최고의 놀이였기 때문이었을까? 游에 ‘노닐다’는 뜻이 생겼고, 遊와 자주 섞어 썼다. 중국어에서는 游戱(유희)라고 하지만 우리말에서는 遊戱라고 쓰듯, 중국에서는 游를 자주 쓰는 반면 우리는 遊를 즐겨 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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