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올림픽(olympic)을 중국어로는 世界運動會(세계운동회)라고 하며 줄여서 ‘스윈(世運)’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아시아경기는 亞洲運動會(아주운동회)라 하고 줄여서 ‘야윈(亞運)’이라 한다.
世는 갑골문에서 매듭을 지은 세 가닥의 줄을 이어 놓은 모습이다. 이는 새끼매듭, 즉 結繩(결승)의 모습인데, 結繩은 문자가 탄생하기 전 인류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기억의 보조 수단의 하나로 새끼에 여러 가지의 매듭을 지어 갖가지 의미를 나타내던 방식이다.
그림에서처럼 매듭이 지어진 한 가닥은 10을 상징하며, 이가 셋 모인 世는 30을 뜻한다. 그래서 世는 30년을 뜻하며, 이는 부모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는 한 世代(세대)의 상징이었다. 이후 世는 世代라는 뜻으로부터 一生(일생)의 뜻이, 다시 末世(말세)와 같이 왕조나 세상을 뜻하기도 하였다. 이로부터 世는 사람이 사는 世上(세상)이나 世界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界는 田과 介로 구성되었는데, 介는 소리부도 겸한다. 田은 갑골문에서 네모반듯하게 잘 정리된 밭의 모습을 그렸다. 介는 갑골문에서 사람과 그 양쪽으로 여러 점이 더해진 모습인데, 점은 가죽조각을 여럿 잇대어 만든 갑옷의 상징이다. 그래서 介는 갑옷이 원래 뜻이며, 갑옷은 사람을 보호하도록 바깥을 덮는 옷이기에 이에는 介殼(개각·연체동물의 겉껍데기)처럼 바깥을 둘러싼 것을 지칭하게 되었다. 한편 사람이 갑옷 속에 들어간 모습에서부터 介는 다시 仲介(중개), 介入(개입), 紹介(소개)처럼 중간에 끼어드는 행위를 뜻하게 되었다.
그러자 원래의 갑옷을 입은 사람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人(사람 인)을 더한 价(착할 개)를 만들어 표현했다. 价가 지금은 價(값 가)의 약자로도 쓰이는데 이는 介와 賈(값 가)의 독음의 유사성 때문이다.
運은 착(쉬엄쉬엄 갈 착)과 軍으로 구성되었다. 그래서 運은 군사나 군수물자(軍)의 이동(착)을 형상화한 글자로 運送(운송)이 원래 뜻이다. 動(움직일 동)은 노예(重·중)를 힘(力·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그렸고, 會(모일 회)는 덮개가 갖추어진 창고의 모습으로부터 여러 곡물을 ‘함께 모아 놓은 곳’이라는 의미를 나타냈다.
그래서 世界運動會는 ‘인간 세상에서 벌이는 운동회’로 풀이할 수 있다. 올림픽의 어원이 그 기간에 치러지는 ‘축제’에 초점이 있다면 세계운동회는 그 기간 중의 ‘운동’에 집중되어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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