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虛構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만들어진 이야기나 실제 일어난 사실이 아니라는 뜻으로 쓰인다. 자원으로 볼 때에도 虛構의 虛는 빈 공간이나 집 등을 지을 수 있는 커다란 언덕을, 構는 그 공간 속에 무엇인가를 만들어 넣는다는 뜻이다.
虛는 소전체에서 의미부인 丘와 소리부인 호(虎의 생략된 모습)로 이루어졌다. 丘는 갑골문에서 오르내림이 있는 언덕과 언덕, 즉 丘陵地(구릉지)를 그려 커다란 언덕을 뜻했으며, 虎는 입을 크게 벌리고 울부짖는 호랑이의 모습을 그린 상형자이다.
황토 평원 지역에서 언덕은 동굴 집을 짓기에 대단히 편리한 곳이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다 집을 지어 살았다. ‘설문해자’에서 ‘옛날 아홉 집마다 우물 하나를 파고, 우물 네 개마다 邑(읍)을 세웠다. 네 邑이 하나의 丘를 이루었으며, 丘는 달리 虛라고도 했다’고 한 것으로 보아 虛는 대단히 큰 거주 단위였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丘나 虛는 원래 같은 글자였으나 이후 丘는 언덕의 의미로만 쓰이고, 소리부인 호가 더해진 虛는 ‘비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음도 추정할 수 있다.
그래서 虛는 ‘커다란 언덕’이 원래 뜻이다. 이후 그곳에 많은 사람들이 굴을 뚫어 동굴 집을 만들어 살았으므로, 空虛(공허)와 같이 ‘비다’는 뜻이 나왔고, 다시 盈虛(영허·차고 이지러짐)처럼 ‘차지 않다’나 虛僞(허위)와 같이 ‘거짓’ 등의 뜻까지 생겼다. 그러자 원래의 뜻을 나타낼 때에는 土(흙 토)를 더한 墟(폐허 허)를 사용하였다.
:는 갑골문에서 대나무 같은 것을 서로 얽어 놓은 모습을 그렸다. 이후 의미를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木(나무 목)을 더한 構로 나무로 얽은 구조물을, 竹(대 죽)을 더한 구(배롱 구)로 대로 엮은 광주리를 표현했다.
그래서 :는 구조물이 원래 뜻이며, :로 구성된 글자들은 모두 ‘교차시켜 엮다’는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溝(봇도랑 구)는 논에 물(水·수)을 잘 댈 수 있도록 이리저리 구조물(:)처럼 파 놓은 도랑을, 購(살 구)는 화폐(貝)로 상대와 상대를 엮어(:) 다른 물건으로 바꾸는 행위를, 구(겹혼인 할 구)는 혼인(女)이 복잡하게 얽힌(:) 것을, 구(만날 구)는 길을 가면서(착) 서로 교차되어(:) 만나는 것을, 구(만날 구)는 서로(:) 만나서 보는(見) 것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講은 말(言)이 구조물을 엮듯 잘 짜여진(:) 해설이나 講義(강의)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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