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一은 갑골문에서부터 가로획을 하나 그려 ‘하나’의 개념을 나타냈다. 一이 둘 모이면 二(두 이)요, 셋 모이면 三(석 삼)이 된다. 一은 숫자의 시작이다. 하지만 한자에서의 一은 영어에서의 ‘원(one)’과는 달리 단순한 숫자의 개념을 넘어선 오묘한 철학적 개념을 가진다.
예컨대 기원 100년에 완성된 최초의 자원 사전인 ‘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는 ‘태초에 태극이 있었으니 道(도)는 하나(一)에서 세워져 하늘과 땅으로 나누어졌고 다시 만물로 변했다’고 하여 一을 만물 생성의 근원이라고 했으며, 그 책에서 설정한 540부수의 첫째 부수로, 그 책에서 해설한 9353자의 첫 째 글자로 배치했다.
하나를 나타내는 숫자 一이 숫자의 개념을 넘어서 만물을 잉태하는 시작이자 道로 인식된 것은 老子(노자)가 말했던 ‘道는 1을 낳고 1은 2를 낳고 2는 3을 낳고 3은 만물을 낳는다’는 우주 만물의 생성원리와도 일치한다.
그래서 一은 하나이자 모두를 뜻하고, 만물을 낳는 道이자, 만물 전체를 의미하며, 劃一(획일)에서처럼 통일됨도 의미하는 숭고한 개념을 가진 한자이다.
丁(넷째 천간 정)은 원래 ●으로 그려 못의 머리를 그린 독립된 상형자였으나, 지금의 옥편에서는 一부수에 귀속시켜 놓았다. 지금 쓰는 丁은 못의 옆모습을 그린 글자이다. 하지만 이후 丁이 간지자로 가차되어 쓰이자 원래의 ‘못’을 나타낼 때에는 다시 金(쇠 금)을 더한 釘(못 정)으로 구분했다. 못은 물체를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때문에 丁에는 ‘단단하다’나 ‘건장하다’는 뜻이 생겼고, 이후 壯丁(장정)에서처럼 건장한 성년 남자를 뜻하기도 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오늘부터는 현행 옥편의 214개 부수 중 중요한 것을 골라 자원을 풀이하고 관련된 글자들의 문화적 함의를 찾아가는 식으로 연재 형식을 조금 바꾸게 되었다. 제시한 자형은 상나라 때의 갑골문, 서주 때의 금문, 진나라 때의 소전, 한나라 때 예서의 순으로 배열하여 형체변천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도록 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질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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