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주는 ‘설문해자’의 말처럼 ‘등잔 속의 불꽃 심지’를 그대로 그렸다. 하지만 이후 의미를 명확히 하고자 아랫부분에다 등잔대와 등잔받침을 그려 넣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主(주인 주)이다.
등잔은 어둠을 밝히기 위한 존재이며 어둠을 밝히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불빛을 내는 심지이다. 그래서 主에는 주위를 밝히는 중심이라는 뜻이, 다시 중심 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主人(주인)의 의미가 생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라는 말처럼 主人에는 모름지기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불꽃 심지처럼 언제나 주위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신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主가 主人이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더 자주 쓰이자 원래의 심지라는 뜻은 火(불 화)를 더한 炷(심지 주)로 구분해 표현했다. 이후 점(주)은 의미가 확대되면서 무엇인가 있음을 나타내는 지사부호로, 또 아주 작은 원이라는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예컨대 丹(붉을 단)은 금문에서 난간을 가진 우물(井·정)에 점(주)이 더해진 모습인데, 井은 광물을 캐내는 鑛井(광정)을, 점(주)은 그 곳에 무엇인가 있음을 상징한다. 그래서 丹은 원래 붉은 색을 내는 광석인 丹砂(단사)를 지칭했다. 한나라 때의 도사들은 장생불로를 위해 단사를 많이 복용했으며 단사를 藥(약)으로 보았기에 丹藥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이후 丹은 가장 대표적인 약의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지금도 ‘活絡丹(활락단)처럼 정교하게 만든 알약이나 가루약을 부를 때 쓰인다.
또 丸(알 환)의 경우 원래는 주와는 관련이 없었으나 해서체로 오면서 점(주)의 의미가 더해진 글자로 보인다. 丸은 소전체에서부터 나타나는데, ‘설문해자’에서는 ‘기울어진 채 빙빙 돌아가는 것을 말하며, 둥글다는 뜻이다’고 했는데, 사람이 손으로 무언가를 돌리는 모습이다. 둥근 것은 빙빙 돌아가며 바로 서지 못한다. 그래서 丸에 둥글다는 뜻이 생겼고, 다시 알약과 같이 둥글게 만든 것을 丸藥(환약)이라 부르게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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