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又는 갑골문에서 오른손을 그렸는데, 다섯 손가락이 셋으로 줄었을 뿐 팔목까지 그대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又는 取(취할 취)나 受(받을 수)와 같이 주로 손의 동작을 나타낸다. 형체가 조금 변했지만 秉(잡을 병)이나 筆(붓 필)에도 又의 변형된 모습이 들어 있다. 又는 이후 ‘또’라는 의미로 가차되어 지금은 이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叉(깍지 낄 차)는 손가락(又) 사이로 무엇인가 끼워져 있는 모습을 그렸다. 또 及(미칠 급)은 사람(人·인)의 뒤쪽을 손(又)으로 잡은 모습에서 ‘잡다’의 뜻이, 다시 어떤 목표에 ‘이르다’의 뜻이 생겼다. 요즘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미쳐야 미친다’는 ‘不狂不及(불광불급·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을 우리말로 멋지게 풀어 낸 이름이다.
그런가 하면 友(벗 우)는 오른손(又) 두 개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놓인 모습이다. 오른손은 도움을 상징하여,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가 友라는 의미를 형상화했다. ‘주례’에서 ‘같은 스승을 모시는 관계가 朋(붕)이요, 뜻을 같이하는 관계가 友’라고 한 것을 보면, 도움엔 뜻을 같이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受는 손(爪·조)과 손(又) 사이에 어떤 물건이 놓여, 물건을 주고받는다는 의미를 그렸다. 그래서 受에는 ‘주다’와 ‘받다’는 뜻이 같이 들어 있었으나, 이후 ‘주다’는 手(손 수)를 더한 授(줄 수)로 구분했다. 그리고 叔(아재비 숙)은 콩 넝쿨(3·숙)을 손(又)으로 잡고 콩을 따는 모습을 그려 ‘콩’이 원래 뜻이었으나, 叔父(숙부)에서처럼 항렬에서 셋째를 뜻하는 의미로 가차되었다. 그러자 원래 뜻은 艸(풀 초)를 더한 菽(콩 숙)으로 분화했다.
수(늙은이 수)도 자원을 살피면 원래는 5로 집안(면·면)에서 횃불(火·화)을 손(又)에 들고 무엇인가를 찾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후 지금의 형체로 변했다. 그래서 수는 ‘찾다’가 원래 뜻인데, 다시 노인이라는 뜻으로 가차되었다. 그러자 원래 의미는 手를 더한 搜(찾을 수)로 분화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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