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한자 뿌리읽기]<156>절(병부 절)

bindol 2021. 9. 16. 18:32

[동아일보]

절(절)은 갑골문에서 꿇어앉은 사람의 모습이다. 예컨대 印(도장 인)은 손(爪·조)으로 꿇어앉은 사람을 눌러 굴복시키는 모습을 그렸다. 도장은 손으로 눌러 찍기도 하고 그 자체가 사람을 복종시키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印에 도장의 뜻이, 초기의 印刷(인쇄)가 도장처럼 눌러 이루어졌기에 ‘찍다’는 뜻도 생겼다.

또 卽(곧 즉)은 음식 그릇(艮·간) 앞에 앉은 사람을 그려 ‘곧’ 식사하려는 모습을 나타냈다. 여기에 식사를 ‘끝내고’ 머리를 뒤로 홱 돌린 모습이 旣(이미 기)이며, 식기를 중앙에 두고 마주 앉은 모습이 卿(벼슬 경)이다. 겸상은 손님이 왔을 때 차리기에 卿에는 ‘손님’이라는 뜻이 생겼고, 다시 상대를 높여 부르는 글자로, 급기야 卿大夫(경대부)에서처럼 ‘벼슬’의 뜻까지 갖게 되었다. 사실 卿과 鄕(시골 향)은 같은 데서 분화한 글자다. 겸상을 차려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鄕이었는데, 이후 ‘시골’이라는 뜻으로 가차되자 다시 食(밥 식)을 더해 饗(잔치 향)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앙(나 앙)은 선 사람(人·인)을 앉은 사람이 ‘올려다’보는 모습이다. 이후 앙이 1인칭 대명사로 가차되자 다시 人을 더해 仰(우러를 앙)이 되었다. 또 각(却·물리칠 각)은 谷(웃을 각)이 소리부이고 절이 의미부인데, ‘다리’를 사용해 꿇어앉는다는 뜻에서 ‘다리’가, 다시 ‘물러나다’는 의미가 생겼다. 그러자 의미를 분명하게 하고자 去(갈 거)를 더한 却을 만들었고, ‘다리’는 肉(고기 육)을 더한 脚(다리 각)으로 구분했다.

그 외에도 令(영 령)은 모자를 쓰고 앉은 사람의 모습인데 지금은 人부수에 귀속되었다. 邑(고을 읍)도 성을 그린 국(나라 국)과 앉은 사람의 절로 구성되어, 사람이 살 수 있는 성, 그곳이 바로 고을임을 그린 글자이다.

하지만 卯(넷째지지 묘)와 卵(알 란)은 절과 관계없는 글자이다. 卯는 희생물의 몸을 두 쪽으로 대칭되게 갈라 제사 지내던 방법을 말했는데 간지자로 차용되었고, 卵은 수초에 붙어 있는 물고기의 알을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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