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土는 갑골문에서 땅(一) 위에 뭉쳐 세워 놓은 흙의 모습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 주위로 점을 그려 술을 뿌리며 숭배하던 토지 신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황토 대지 위에서 정착농경을 일찍부터 시작했던 고대 중국인들이었기에 흙(土)은 중요한 숭배 대상이자 다양한 상징을 담게 되었다.
먼저, 흙(土)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만물을 낳고 자라게 하는 생산성의 상징이었다. 예컨대, 地(땅 지)는 흙(土)과 여성의 음부(也·야)가 더해져 흙의 생산성을, 坤(땅 곤)은 흙(土)과 번개(申·신)가 더해져 흙의 무한한 에너지를 그렸다. 여기에 在(있을 재)는 풀이 자라나는 모습(才·재)에 土가 더해져, 생명의 존재를 구체화했다. 작물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흙을 북돋우고 고르게 해 주어야 하는데, 培(북돋울 배)와 均(고를 균)은 바로 이러한 모습을 반영했다.
이렇듯 강력한 에너지를 갖고 만물을 생장케 하는 흙은 숭배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坐(앉을 좌)는 쌓은 흙(土)을 중심으로 사람(人·인)이 앉아 제사를 드리는 모습이요, 社(토지 신 사)는 흙(土)을 숭배하는(示·시) 토지 신을 그렸다.
그런가 하면, 그들은 돌이 없는 황토 지대에 살았기에 흙을 다져 기단을 만들고 성과 담을 쌓고 집을 지었다. 城(성 성), 垣(담 원), 堡(작은 성 보), 塞(변방 새·막힐 색) 등은 모두 흙으로 쌓은 담과 관련되어 있다. 또 域(지경 역)과 境(지경 경)도 그러한 성에 의한 경계와 영역을 말한다. 基(터 기)나 壇(단 단), 堂(집 당)이나 塔(탑 탑) 등도 모두 이런 생활환경을 반영했다.
나아가 壑(골 학)은 흙이 파인 곳이 바로 계곡임을, 그러한 계곡에서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壞(무너질 괴)로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라 황토는 생활 도구를 만드는 유용한 재료였다. 각종 토기는 물론 최고급의 정교한 청동기를 만드는 거푸집의 재료가 되어 型(거푸집 형)이라는 글자를 탄생시켰으며, 거푸집에 의한 청동 제조는 서양의 失蠟法(실랍법)과는 구별되는 중국의 특징적 기술이 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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