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설문해자’에서는 삼을 ‘터럭, 장식, 필획, 무늬’ 등을 말한다고 했지만 삼의 원래 의미는 ‘털’로 보인다. 인간이나 동물의 ‘터럭’으로부터 시작하여, 동물의 텁수룩한 털이나 인간의 머리칼과 수염 등이 개인의 특성을 표현한다는 뜻에서 ‘장식’의 의미가 새겼고, 다시 ‘무늬’라는 뜻까지 생겼다. 그래서 삼은 화려한 무늬나 장식을 뜻하며, 삼이 들어가면 무성한 털이나 빛나는 문체나 힘차게 뻗어나가는 악기 소리 등의 뜻을 가진다.
예컨대 尨(삽살개 방)은 삽살개처럼 털이 수북한 개(犬·견)를, 須(모름지기 수)는 얼굴(頁·혈)에 난 털, 즉 수염을 말한다. 須가 이후 ‘반드시’라는 뜻으로 쓰이자 다시 표(머리털 드리워질 표)를 더한 鬚(수염 수)를 만들었는데, 표 역시 털이 길고(長·Q·장) 수북함(삼)을 말한다. 이들은 모두 ‘터럭’과 관련된 글자들이다.
둘째, 문채를 뜻하는 경우로, 문(채색 문)은 몸에 새긴 문신을 형상한 文(무늬 문)에 삼을 더하여 알록달록한 화려한 무늬를, 彫(새길 조)는 조밀하고(周·주) 화려하게(삼) 새긴 무늬를, 동(붉을 동)은 화려한 붉은 색(丹·단)을, 彪(무늬 표)는 얼룩덜룩한 호랑이(虎·호)의 멋진 무늬를 말한다. 또 彦(선비 언)은 인문적(文) 자질이 크게((엄,한)·엄) 빛나는(삼) 사람을 말한다. 彬(빛날 빈)은 문채(삼)가 숲(林·임)처럼 무성함을 말하며, 文과 武(굳셀 무)를 겸비해야 한다는 의미의 斌(빛날 빈)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셋째, 햇살이나 소리 등이 강하게 퍼져 나감을 나타낸 글자들로, 彩(무늬 채)는 손(爪·조)으로 과실을 따는 형상을 그린 采(캘 채)에 삼이 더해져, 화사하게 비치는 햇살 아래 이루어지는 채집 행위를 그렸다. 彭(성 팽)은 원래 강하게 퍼져나가는(삼) 북(R·주) 소리를 형상화했는데, 이후 성씨나 지명으로 가차되었다. 彭에 水(물 수)를 더한 澎(물 부딪칠 팽)은 불어 세차게 흐르는 물을, 肉(고기 육)을 더한 膨(부풀 팽)은 창자 같은 내장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음을 연상시킨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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