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한자 뿌리읽기]<172>弓(활 궁)

bindol 2021. 9. 17. 05:30

[동아일보]

弓은 갑골문에서 활을 그렸는데, 활시위가 얹힌 경우도 있고 풀린 경우도 보인다. 활은 고대사회에서 식량으로 쓸 짐승을 잡는 도구로 쓰였으며, 야수나 적의 침입을 막아 내는 유용한 무기이기도 했다. 弓으로 구성된 한자는 활을 직접 지칭하거나, 활과 관련된 여러 기능 및 특성과 의미적 관련을 가진다.

예컨대 弔(조문할 조)는 원래 人(사람 인)과 弓으로 구성되어 사람들이 활을 들고 가 ‘조문’하던 모습을 그렸다. 그것은 당시의 장례 습관이 시신을 숲에다 내다 버렸고, 그 때문에 야수들이 시신을 훼손하는 것을 활로써 막아 주던 것이 바로 ‘조문’이었기 때문이다.

弦(시위 현)은 실(玄·현)로 만든 활의 ‘시위’를, 弩(쇠뇌 노)는 화살을 여럿 연속으로 쏘도록 고안된 활을 말한다. 또 彈(탄알 탄)은 갑골문에서 활에 돌 구슬이 장착된 모습으로, 여기서 ‘탄알’과 ‘튕기다’의 뜻이 나왔다.

그런가 하면 引(끌 인)은 ‘설문해자’에서 활의 시위가 직선(곤·곤)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를 말한다고 했는데, 팽팽하게 조율된 활시위는 곧 당겨지게 될 터, 이로부터 ‘당기다’나 ‘끌다’의 뜻이 나왔다. 여기서 파생된 蚓(지렁이 인)은 몸을 당겨(引) 굽혔다 폈다 하면서 움직이는 벌레((충,훼)·충)를 말한다.

弘(넓을 홍)은 갑골문에서 활(弓)에 지사부호를 더하여, 화살이 시위를 떠날 때 내는 큰 소리를 형상하였으며, 이로부터 ‘크다’, ‘강력하다’의 뜻이 나왔다. 여기서 파생된 强(굳셀 강)은 생명력이 대단히 강한(弘) 벌레((충,훼)·충), 즉 쌀벌레(P·기)를 지칭했다.

한편, 弗(아니 불)은 제대로 굽지 않은 활을 실로 동여매어 바로잡는 모습이다. 이로부터 ‘바르지 않은’ 것을 ‘바로잡다’는 뜻이 나왔고, 다시 부정사로 쓰였다. 그래서 佛(부처 불)은 사람(人)이 아닌(弗) 신의 경지에 오른 존재를, 沸(끓을 비)는 물이 물(水)이 아닌(弗) 기체의 상태로 변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彎(굽을 만)은 활처럼 굽은 것을, 灣(물굽이 만)은 굽어 들어간(彎) 해안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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