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복(복)은 갑골문에서 손에 막대나 연장을 들고 무엇인가를 치는 모습이다. ‘설문해자’에서는 복을 ‘가볍게 치는’ 것이라고 했지만, 복의 실제 의미는 훨씬 다양하다. 때로는 악기나 대상물을 치는 것을, 때로는 회초리로 상대를 굴복시킴을, 때로는 가르침의 수단을 뜻하기도 했다.
먼저, ‘치다’는 복의 기본 의미인데, 鼓(북 고)는 북채로 북(R·주)을 치는 모습을, 敲(두드릴 고)는 높게 지은 집(高·고)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그렸다. 또 散(Z·흩을 산)은 길쌈을 위해 삼(麻·마)을 막대로 쳐 속과 껍질을 ‘분리해’ 내는 모습을 그렸다.
둘째, 대상물을 깨뜨리는 것을 말하는데, 敗(깨뜨릴 패)는 조개(貝·패)를 막대로 쳐 깨뜨림을 그렸다. 조개는 화폐로 쓰였기에 재산을 뜻했고 이의 파괴는 파산의 상징이었다. 그전 갑골문에서는 敗가 鼎(솥 정)과 복으로 구성되어, 당시 가장 중요한 가재 도구였던 솥의 파괴로써 파산을 그려냈다. 나아가 鼎은 크게는 九鼎(구정)의 전설에서 보듯 한 국가의 정통성을, 작게는 한 종족이나 가족의 상징이기도 했다.
셋째, 매는 대상물을 강제하고 다스리는 수단이기도 했다. 예컨대, 改(고칠 개)는 아이(巳·사)를 매로 ‘바로잡음’을 말했는데 巳가 己(몸 기)로 바뀌었고, 政(정사 정)은 매로 쳐 바르게(正·정) 하는 것을 말한다. 牧(칠 목) 역시 소(牛·우)를 회초리로 치며 기르는 것을 말하였으나, 이후 牧民(목민)에서처럼 백성(民)으로까지 대상이 확장되었다.
그런가 하면, 매는 교육의 수단이기도 했다. 敎(가르칠 교)는 아이(子·자)에게 새끼매듭 지우는 법(爻·효)을 회초리로 치며 가르치는 모습을 그렸는데, 새끼매듭(結繩·결승)은 문자가 출현하기 전 기억을 보조하던 주요 수단이었다. 斅(가르칠 효)나 學(배울 학)도 모두 같은 모습에서 나온 글자들이다. 또 敏(재빠를 민)은 비녀를 꽂은 여인(每·매), 즉 어머니(母·모)의 회초리(복)라는 뜻으로, 어머니에게 매를 맞아 가며 지혜와 지식을 전수받던 옛날의 교육 모습이 반영되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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