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斤을 ‘도끼’라고 풀이하지만 갑골문을 보면 ‘자귀’를 그렸다. 도끼는 날이 세로로 되었지만 자귀는 가로로 되었으며, 나무를 쪼개거나 다듬을 때 사용하던 대표적 연장이다. 그래서 斤에는 도끼가 갖는 일반적 의미 외에도 쪼아 다듬거나 끊는다는 의미까지 함께 들어 있다. 이후 斤이 무게의 단위로 가차되자, 원래 뜻은 근(자귀 근)으로 표현했다.
斤으로 구성된 글자들 중, 所(바 소), 新(새 신) 등은 ‘자귀’를 직접 지칭한다. 예컨대 所는 서민의 집(戶·호)과 자귀(斤)의 결합으로 ‘거처’를 그려냈다. 新은 원래 칼(辛·신)과 斤의 결합으로 ‘땔감(薪·신)’의 의미를 그렸으나, 이후 나무(木·목)를 정교하게 자르고 다듬어 ‘새로운’ 물건을 만든다는 뜻으로, 자형도 木을 더한 新으로 변했다.
또 斯(이 사)는 대나무 등을 자귀(斤)로 쪼개 키(其·箕·기)와 같은 기물을 만든다는 의미였는데, 이후 ‘이것’을 뜻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쪼갤 시)는 손(手·수)으로 쪼갬을, 嘶(울 시)는 목소리(口·구)가 갈라짐을 의미해, 원래의 뜻을 보존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斥(물리칠 척), 斧(도끼 부), 斬(벨 참) 등은 도끼를 말한다. 斥은 원래 -으로 써, 집(엄·엄)으로부터 거꾸로(,·역) 나옴으로부터 ‘추방’과 排斥(배척)의 의미를 그렸으나, 이후 지금처럼 斤에 지사부호(주)를 더해 ‘도끼의 날’을 상징화 했고 이로부터 도려냄을 그려냈다.
또 斧는 손에 도끼를 들고 바깥일을 하던 ‘아버지(父·부)의 도끼(斤)’라는 뜻이다. 그리고 斬은 수레(車·거)에 시신을 매어 찢어 죽이던 참혹한 형벌(車裂刑·거열형)을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이런 형벌이 너무나 참혹해 그 의미는 반영하되 도끼(斤)로 집행함으로써 지금의 斬이 만들어졌고, 의미도 베어 죽임을 뜻하게 되었다.
한편 斷(끊을 단)은 원래 \으로써 여러 타래의 실(요·요)을 칼(刀·도)로 끊는 모습이었는데, 이후 斤을 더해 의미를 더욱 구체화했다. \에 (멱,사)(가는 실 멱)을 더한 繼(이을 계)는 끊긴 것을 실로 잇는다는 뜻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
'漢字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자 뿌리읽기]<182>日(날 일) (0) | 2021.09.17 |
---|---|
[한자 뿌리읽기]<181>方(모 방) (0) | 2021.09.17 |
[한자 뿌리읽기]<179>斗(말 두) (0) | 2021.09.17 |
[한자 뿌리읽기]<178>복·복(칠 복) (0) | 2021.09.17 |
[한자 뿌리읽기]<177>手(손 수) (0) | 2021.09.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