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한자 뿌리읽기]<181>方(모 방)

bindol 2021. 9. 17. 05:39

[동아일보]

方의 자원은 확실치 않다. ‘설문해자’는 배(舟·주)를 둘 합쳐 놓은 것이라고 했지만, 갑골문을 보면 쟁기가 분명하다. 위는 손잡이를, 중간은 발판을, 아래는 갈라진 날을 그린 碎土(쇄토)형 쟁기이다. 쟁기는 흙을 갈아엎는 유용한 농기구로, 중국의 쟁기는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수백 년이나 앞서 발명되고 응용될 정도로 선진 농업의 상징이기도 했다.

쟁기로 밭을 갈면 보습에 의해 각진 흙덩이가 올라오게 되는데, 이로부터 여러 뜻이 생겨났다. 흙은 땅의 상징이며, 농경을 주로 했던 중국에서 땅은 ‘나라’ 그 자체였다. 게다가 땅이 네모졌다고 생각했기에 ‘네모’나 땅의 ‘가장자리’까지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方에는 나라는 물론 地方(지방)에서처럼 땅, 方向(방향), 다시 方正(방정)에서처럼 ‘각 짐’과 ‘정직함’, 네모꼴로 된 종이에 처방(處方)을 내린다고 해서 ‘방법’ 등의 뜻까지 생겼다.

따라서 放(놓을 방)은 변방(方)으로 강제로(복·복) ‘내침’을, 防(둑 방)은 강가나 성 주위(方)에 흙으로(阜·부) 쌓은 둑을 말한다. 訪(찾을 방)은 좋은 의견을 구하려고 주위(方)의 다른 나라로 찾아가 묻는(言·언) 것을 말한다.

하지만 진나라에 이르면 ‘설문해자’의 해석처럼 方이 ‘나란하다’는 의미로 쓰이는데, 이는 ‘배를 합친’ 것에서 나온 뜻이 아니라, 쟁기질로 일으킨 흙을 줄지어 나란히 뒤엎은 모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쟁기는 이쯤 되면 보습에 볏이 더해짐으로써 보습으로 일군 흙을 볏이 한쪽으로 조용히 뒤엎어 말끔한 이랑을 만들 수 있도록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旁(곁 방)은 바로 方에 볏이 더해진 모습이다. 또 방(비슷할 방)은 사람(人·인)이 나란한 모습에서 ‘비슷함’을, 妨(방해할 방)은 여자(女·여)가 줄지어 있음에서 ‘방해’를, 坊(동네 방)은 나란히 낸 ‘길’을 뜻한다.

하지만 旅(군사 려), 旗(기 기), 旋(돌 선), 族(겨레 족), 施(베풀 시) 등은 나부끼는 깃발을 그린 g(깃발 날릴 언)으로 구성되어 사실 方과 관계없는 글자들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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