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대,알)(알)은 앙상하게 남은 뼈를 그렸다. 이는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숲에 버리고 썩어 뼈만 남으면 수습해 처리하던 옛 장례법을 반영한다. 그래서 (대,알)에는 ‘뼈’와 ‘죽음’이 뜻이, 다시 죽음 뒤의 새 생명이라는 의미가 생겼다.
먼저 死(죽을 사), 殊(죽일 수) 등은 죽음이나 장례와 관련되어 있다. 死는 앙상한 뼈((대,알)) 앞에 꿇어앉아 애도하는 사람(人·인)을 그렸고, 이로부터 ‘죽다’의 뜻이 나왔다. 여기서 파생된 屍(주검 시)는 시신을, 葬(장사지낼 장)은 시신(死)을 숲()·망) 속에 내다버리던 장례 풍습을 반영했다. 薨(죽을 훙)은 夢(꿈 몽)의 생략된 모습과 (대,알)로 이루어져, 왕이나 제후 등의 죽음을 특별히 지칭했다.
그리고 殊를 구성하는 朱(붉을 주)는 그 자체가 ‘붉은’ 피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고대사회에서 피를 흘리지 않고 자연사한 사람의 영혼이 피를 타고 육신에서 분리될 수 있도록 칼집을 내거나 붉은 칠을 하던 ‘특이한’ 피 흘림 행위를 상징하기도 하며, 이로부터 ‘特殊(특수)’의 의미가 나왔을 것이다.
둘째, 뼈와 관련된 경우로, 列(벌릴 렬)은 칼(刀·도)로 발라낸 뼈((대,알))를 말한다. 갈라낸 뼈를 가지런히 배열해 두듯, 사람을 나열해 분류한 것을 例(보기 예), 뼈를 갈라내듯 베(衣·의)를 잘라내는 것을 裂(찢을 렬), 갈라낸 뼈(列)를 태우는 세찬 불(火·화)을 烈(세찰 렬)이라 한다.
셋째, 죽음 뒤에 피어나는 새 생명이라는 뜻으로, 殖(번성할 식)이 여기에 해당된다. 殖은 ‘시신’ 이외에도 ‘增殖(증식)’의 뜻을 가지는데, ‘설문해자’에서는 ‘오래된 기름진 살’이라 했다. 시체가 오래 되면 기름진 살이 썩어 없어지고 뼈((대,알))만 삐죽삐죽(直·직) 드러나게 되는데 이러한 모습을 반영했다. 살이 썩어 문드러지는 ‘죽음’은 바로 새 생명의 상징이며, 정착농경을 하면서 순환론적 사고에 익숙했던 고대 중국인들에게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의 시작으로 쉽게 이해되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殖에 ‘자라나다’는 뜻이 담기게 되었을 것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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