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爻는 실이나 새끼를 교차되게 짜거나 매듭짓는 모습이며, 이로부터 그렇게 짠 면직물이나 ‘섞인 것’을 뜻하게 되었다.
예컨대, 敎(가르칠 교)는 아이(子·자)에게 문자의 전 단계인 매듭(結繩·결승)짓는 법을 매로(복·복) 가르치는 모습이며, 學(배울 학)은 복 대신 매듭짓는 두 손과 배우는 장소인 집(멱·멱)이 더해졌다.
또 樊(울타리 번)은 두 손(공·공)으로 나무(木·목)를 교차되게(爻) 엮어 ‘울타리’를 만드는 모습이며, 爽(시원할 상)은 사람(大·대)의 양 겨드랑이에 성글게 짠(爻) 베를 그려 ‘시원하게’ 통풍됨을 그렸다. 肴(안주 효)는 고기(肉·육) 등 여러 음식을 섞어(爻) 만든 ‘안주’를, 여기서 나온 淆(뒤섞일 효)는 물(水·수)이 한데 뒤섞임을 말한다.
爾(너 이)는 갑골문부터 등장함에도 자원은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爾는 누에가 실을 토해 고치를 만드는 모습으로 추정되며, 글자를 구성하는 멱은 어떤 테두리를, 爻는 실이 교차된 모습을, 윗부분은 실을 토해 내는 누에의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누에는 성충이 되면서 몸무게가 태어날 때의 1만 배로 증가하며, 누에 한 마리가 토해 내는 실의 길이가 무려 1500m에 이르는 신비한 존재다. 하지만 누에는 온도를 단계별로 정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환경에 대단히 민감한 벌레이기에 항상 방안에서 곁에 두고 조심스레 관리해야만 했다. 누에가 실을 토해 가득하고 촘촘한 고치를 만들어 간다는 뜻에서 爾에는 ‘가득하다’, ‘성대하다’의 뜻이 담겼고, 언제나 곁에 두고 보살펴야 한다는 뜻에서 ‘가깝다’는 뜻이 생겼다.
그래서 爾(이)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인 당신의 뜻으로 쓰였고, 이때에는 人(사람 인)을 더한 ∼(니·너 이)로 구분하기도 했다. 그것은 누에가 실을 토해 고치를 만들지만 내가 그 실을 교차시켜 옷감을 만들고, 2인칭 대명사 ‘당신’은 누에와 같은 남이지만 나의 기술과 얽혀 이렇게 실이 될 때 비로소 나에게 남이 아닌 2인칭이 되며, 그래서 ‘당신’은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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