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皿은 아가리가 크고 두루마리 발을 가진 그릇을 그렸는데, 금문에서는 金(쇠 금)을 더하여 그것이 질그릇이 아닌 청동기임을 강조했다. 청동으로 만든 그릇은 대단히 값 비싸고 귀하여 주로 제사 등에서 의례용으로 쓰였다.
먼저 皿은 일반적인 그릇을 지칭하는데, 盂(바리 우)는 우승컵처럼 생긴 커다란 사발을, 盆(동이 분)은 대야를, 盒(합 합)은 뚜껑을 가진 찬합 같은 그릇을 말한다. 또 盛(담을 성)은 그릇(皿)에 가득 담음을, 盈(찰 영)은 그릇(皿)에 가득 참을 말한다. 益(더할 익)은 물(水·수)이 그릇(皿)에서 ‘넘치는’ 모습을 그렸고, 여기에서 ‘더하다’는 뜻이 나오자 원래 뜻은 다시 水를 더한 溢(넘칠 일)로 분화했다.
둘째, 청동 그릇은 제사를 드릴 때, 특히 맹약을 맺을 때 희생의 피를 받아 나누어 마시던 용도로 쓰였다. 그래서 血(피 혈)은 그릇에 피가 담긴 모습이며, 盟(맹세할 맹)도 그릇에 피가 담긴 모습을 그렸으나 이후 피가 소리부인 明(밝을 명)으로 바뀐 글자이다.
셋째, 거울의 대용으로 쓰였는데, 큰 대야에 물을 담아 놓고 수면에 얼굴을 비추어 보곤 했다. 監(볼 감)이 바로 그 글자인데, 갑골문에서 사람의 얼굴을 그릇(皿)에 비추는 모습이며, 여기서 ‘거울’의 뜻이 나왔다. 이후 ‘보다’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자 거울은 金을 더한 鑑(鑒·거울 감)으로 분화했다.
넷째, 청동기물은 고대 중국에서 신분의 상징이 될 정도로 귀하고 비싼 것이었다. 盜(훔칠 도)는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리는 모습(연·연)과 皿으로 이루어져 그릇을 탐함을 그렸다. 이렇게 귀한 기물은 보통 안쪽에다 기물을 만들게 된 연유를 기록해 가보로 삼게 하였다. 이 글들을 청동기(金)에 주조한 글(文·문)이라는 뜻에서 金文이라 한다. 금문은 보통 음각으로 되어 음식을 삼거나 사용 후에는 그곳에 찌꺼기가 끼기 마련이었고, 이 부분은 솔로 깨끗하게 청소해야 했다. 盡(다할 진)은 바로 붓(聿·률)으로 그릇(皿) 속의 찌꺼기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는 모습이며, 이로부터 ‘끝까지’라는 뜻이 나왔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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