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矢는 갑골문에서 화살의 촉과 대와 꼬리를 사실적으로 그렸다. 화살은 대표적인 사냥 도구이자 무기였으며, 때로는 화살의 곧음처럼 ‘정확함’을, 때로는 길이를 재는 척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먼저 원래 뜻인 ‘화살’의 의미로 쓰인 경우인데, 雉(꿩 치)는 화살(矢)을 쏘아 잡는 새(추·추)인 ‘꿩’을 나타냈다. ‘설문해자’에만 나열된 꿩(雉)의 종류가 14가지나 될 정도로 꿩은 대표적인 사냥감이었다. 矯(바로잡을 교)는 화살(矢)이 곧바르게(喬·교) 펴질 수 있도록 바로잡는 도구를 말한다. 그런가 하면 矣(어조사 의)는 원래 以(써 이)와 矢로 이루어져 화살이 날아가 버린 것처럼(矢) 이미 말이 종결된 것을 나타내는 조사로 쓰였는데, 以는 독음을 나타낸다.
다음은 화살의 속성에서 파생된 의미로 쓰인 경우인데 知(알 지)는 화살(矢)이 과녁을 꿰뚫듯 상황을 날카롭게 판단하고 의중을 정확하게 꿰뚫어 말(口·구)할 수 있는 능력이 ‘지식’에서 나옴을 그렸다. 여기서 파생된 智(슬기 지)는 그러한 지식(知)이 세월(日·일)을 경과해야만 진정한 ‘지혜’로 변함을 웅변해 준다.
셋째, 활은 고대사회에서 언제나 휴대하는 물품이었기에 사물의 길이를 재는 잣대로 쓰였다. 예컨대 短(짧을 단)은 굽 높은 제기의 일종인 豆(제기·콩 두)가 矢보다 키가 ‘작음’을 그렸고, 이로부터 ‘짧다’ ‘모자라다’ ‘단점’ 등의 뜻이 나왔다. 또 矩(곱자 구)는 矢와 巨(클 거)로 이루어져 직각이나 네모꼴을 그리는 곱자(曲尺·곡척)를 말한다. 矩는 원래 사람(大·대)이 큰 곱자(巨)를 손에 든 모습이었으나, 이후 大가 자형이 비슷하고 ‘잣대’를 뜻하는 矢로 변했다. 여기서 파생된 구(곱자 구)는 곱자를 나무(木·목)로 만든다는 의미를 더욱 강조한 글자이다.
한자에서 ‘화살’의 의미로 矢와 비슷한 뜻을 지니는 글자로 箭(화살 전), 鏃(살촉 족), 鏑(살촉 적) 등이 있는데, 箭은 화살을 만드는 대(竹·죽)에, 鏃과 鏑은 쇠(金·금)로 만든 화살의 ‘촉’에 초점이 놓였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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