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禾는 익어 고개를 숙인 곡식의 모습인데, 이를 주로 ‘벼’로 풀이하지만 벼가 남방에서 수입된 것임을 고려하면 야생 ‘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벼가 수입되면서 오랜 주식이던 조를 대신해 모든 곡물의 대표로 자리하게 된다.
먼저, 禾가 벼와 관련된 것을 말하는 경우로, 秒(까끄라기 묘)는 벼의 잔잔한(少·小·소) ‘까끄라기’를, 제(돌피 제)는 벼의 동생(弟·제) 격인 ‘돌피’를, 稗(피 패)는 벼와 비슷하되 질이 떨어지는(卑·비) ‘피’를, 8(찰벼 나)는 점성이 뛰어난(z·연) ‘찰벼’를, 種(씨 종)은 곡물(禾)의 파종을 위해 남겨 둔 중요한(重·중) ‘씨’를 말한다.
둘째, 곡식의 수확은 농경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했는데, 年(秊·해 년)은 사람(人·인) 곡식(禾)을 수확하는 모습이고, 수확에서 수확까지의 주기를 ‘1년’으로 본 글자이다. 또 季(끝 계)는 수확에 어린 아이(子·자)라는 ‘마지막’ 수단까지 동원하였음을, 委(맡길 위)는 볏단을 진 여자(女·여)의 모습에서 ‘연약함’을, 秉(잡을 병)은 손(又·우)으로 볏단을 ‘쥔’ 모습을, 秀(빼어날 수)는 원래 익은 곡식(禾)의 이삭을 칼(刀·도)로 베는 모습을 그렸다.
셋째, 곡물은 중요한 재산이자 세금 징수의 대상이었다. 私(사사로울 사)는 곡물(禾)을 자신(사·사)의 것으로 만든다는 뜻이며, 稟(곳집 름·받을 품)은 곡물을 저장한 창고(/)를, 科(품등 과)는 말(斗·두)로 곡물을 계량하는 모습을, 秤(稱·저울 칭)은 곡물을 저울(平·평)이나 손으로(7·칭) 다는 모습을 그렸다. 또 稅는 기쁜 마음으로(兌·태) 낼 수 있는 곡물(禾)이 세금임을, 租(구실 조)는 조상(且·차)에게 바칠 구실로 받는 세금을 말한다.
나머지, 稚(어릴 치)는 새(추·추)가 뜯어먹기 좋아하는 곡물의 ‘어린’ 싹을 그렸고, 稽(헤아릴 계)는 원래 곡식(禾)이 손상을 입어(尤·우) 일정 단계에서 머문 채 더 자라지 않는 모습으로 머리 숙여 원인을 ‘살피고’ ‘따지는’ 의미를 그려 냈는데, 이후 소리부인 旨(맛있을 지)가 더해졌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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