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缶는 윗부분은 절굿공이(午·오·杵의 본자)를, 아랫부분은 그릇(감·감)을 그려 그릇에 담긴 흙을 찧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그 흙은 질그릇을 만들기 위한 배土(배토)일 것이고, 여기서 질그릇(陶器·도기)의 의미가 나왔다.
질그릇은 인류가 지금도 유용하게 쓰고 있는 용기의 하나이다. 흙을 구우면 단단한 질그릇이 만들어지고, 이후 물이 새지 않도록 유약을 발라 자기를 만들었다. 도자기는 중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물산이었다. 도자기를 뜻하는 ‘차이나(china)’는 그것이 ‘중국’에서 만들어져 건너갔으며, 서양인들에게 중국하면 도자기가 떠올랐음을 반영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자기의 주 재료인 高嶺土(고령토)와 白土子(백토자)도 이들의 중국식 발음인 ‘카올린(kaolin)’과 ‘퍼툰체(petuntse)’로 남게 된 것도 같은 이유이다.
(도,요)(陶·질그릇 도)는 缶에 사람이 허리를 굽힌 모습(포·포)이 더해져, ‘질그릇’을 빚는 모습을 그렸고, 이후 다시 흙을 뜻하는 부(阜·언덕 부)가 더해져 陶가 되었다. 고령토로 잘 빚은 기물들은 높은 온도에 구워야 하는데, @(窯·가마 요)는 질그릇(缶)을 굽는 굴(穴·혈)처럼 생긴 ‘가마’를 말했는데, 이후 缶가 굽는다는 뜻의 羔(고)로 바뀌어 窯가 되었다.
그래서 缶는 갖가지 질그릇을 지칭하여, 缸(항아리 항), 甕(독 옹), 앵(물독 앵)은 항아리를, 준(술두루미 준)과 ?(술독 뢰)는 술통을, 罐(두레박 관)은 두레박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缺(이지러질 결)은 질그릇이 깨어져 떨어져 나간 것을 말하며, 이로부터 불완전함과 缺陷(결함), 缺點(결점)의 뜻까지 나왔다. 쾌(깍지 결, 터놓을 쾌)는 깍지를 끼고 활을 쏜 데서 ‘깍지’와 ‘떨어져 나감’의 뜻이 함께 나왔다. 그래서 決(터질 결)은 물(水·수)이 터져 쏟아져 나감을, 결(패옥 결)은 한쪽이 떨어져 나간 옥(玉·옥)을, 訣(이별할 결)은 서로 떨어질 때 하는 말(言·언)을, A(도려낼 결)은 손(手·수)으로 떼어 발라냄을, A(塊·흙덩이 괴)는 떼어낸 흙(土·토) 덩이를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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