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04] 순자의 눈으로 대장동을 본다
입력 2021.10.13 03:00
대장동 사태 때문에 고전을 읽으면서도 그와 관련된 내용에 자꾸 눈길이 간다. 중국 고전 ‘순자(荀子)’에 불구(不苟)편이 있다. 구차스러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마침 거기에 이번 사태를 꿰뚫어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군자와 소인의 차이가 나오기에 소개한다.
“군자는 능력이 있어도 좋고 능력이 없어도 좋다. 소인은 능력이 있어도 추잡하고 없어도 추잡하다. 군자는 능력이 있으면 너그럽고 곧아서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계발하고 인도하고 능력이 없으면 공경하고 몸을 굽혀 두려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섬긴다. 소인은 능력이 있으면 멋대로 오만하고 그릇된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교만하게 굴고 능력이 없으면 질투하고 원망하고 비방하며 사람들을 쓰러트리려 한다.”
즉 군자와 소인은 능력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능력’ 하나만 내세우며 대장동 사태를 딛고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한 후보를 이 네 가지 눈금으로 재어볼 때 어디에 속할까? 일단 스스로 ‘능력’만을 내세우고 있으니 둘 중 하나일 터이다.
같은 편에는 또 군자와 소인의 덕(德)을 나눠서 그것이 앞으로 일에 미칠 영향을 풀어내는 말이 나온다.
“공정함은 눈 밝음을 낳고 편벽됨은 어두움을 낳는다[公生明 偏生暗]. 반듯함과 성실함[端懿]은 일의 형통함을 낳고 거짓과 속임수[詐僞]는 일의 막힘을 낳는다. 정성스러움과 신의[誠信]는 일이 신묘하게 이뤄짐을 낳고 허풍과 기만[夸誕]은 일이 미궁에 빠짐을 낳는다.”
이 여섯 가지를 척도로 삼으면 군자와 소인을 구분하는 것은 훨씬 쉬워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재주[能=才]와 다움[德] 두 가지 측면에서 지도자들의 인물됨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감식안(鑑識眼)을 갖추게 된다. 여야 후보 모두에게 적용해 보아야겠지만 아무래도 ‘대장동 사태’가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는 사안인 만큼 일단 ‘그분’부터 살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눈 밝음[明]이 요구되는 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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